2년 공들인 지배구조개편안 투기자본 엘리엇에 좌절 ‘허탈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 ‘타산지석’ 신중한 접근 나서

[금융경제신문=김다운 기자]엘리엇에 의해 좌절된 현대자동차그룹의 구조개편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다르면 현대차그룹은 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에 의해 지난 2년간 고심해 만들어 낸 지배구조개편안이 물거품이 된 상황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과 대주주·계열사간 주식 양수도를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개편안을 마련하는데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삼일PwC 회계법인 및 소수의 그룹 관계자가 모여 태스크포스팀(TF)를 구성, 비밀리에 30여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모비스 분할·합병안을 도출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후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로 출범시켜 핵심 3자의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 오너일가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우세하게 거론됐지만 현대차는 주주일가가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내는 모비스(지배회사) 중심의 지배구조개편안을 택했다.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대캐피탈·현대카드·HMC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해 할부 금융 경쟁력을 잃게 되고, 미래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년 가까이 검토해 추진한 안이 좌절됐는데, 단기간에 다른 방안이 도출될 수 있겠느냐”며 “기존에 여러 시나리오들을 검토한 만큼 지난번처럼 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여러 목소리를 듣고 시장을 설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엘리엇에 이어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잇달아 반대권고를 하면서 그룹 내에서 회의적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가 순환출자 해소를 핵심과제로 제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도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은 만큼 9.8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찬성을 택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엘리엇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장애물로 작용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ISD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계약에서 물러난 것은 강행하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극심한 후폭풍을 겪은 삼성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투에서 이긴다고 해도 전쟁에서 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무리해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삼성그룹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주주 지분요건을 상장사 기준 기존 30%에서 20% 낮추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입법이 완료된 것은 아닌 만큼 시간이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했을 때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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