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헌법위반 소지 시대착오적 취업규칙 시정 촉구

[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일부 금융회사 등에서 직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등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부 조항이 발견됐습니다. 규정을 조사해 인권 유린, 성차별 조장,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 침해하는 등의 모든 사항을 찾아내 각 회사에 시정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강병원·추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4월 한 달간 전체 80개 지부를 조사한 결과 14개 금융사와 319개 지방공공기관에서 직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등은 “현대차투자증권 복무규정 제16조(정치활동금지), MG손해보험 취업규칙 제8조(정치참여금지), DGB생명보험 취업규칙(상벌 및 징계사항), 한국은행 취업규칙 제7조(정치운동 제한), 현대상선 취업규칙 제3조 3항의 10조 등을 통해 ‘직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하거나 구성원이 되는 등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등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장이 함부로 노동자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할 권리를 가졌는가. 헌법 위에 군림하며 단지 직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력만이 아니라 정치적 자유까지 구매한 것인가. 대부분 이같은 악질적 조항은 과거 독재정권 아래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른바 직장 갑질의 일부가 제도화돼 민주화 이후에도 썩은 제도로 남아 있다”면서 “자본은 오랜 세월 정치권과 유착하며 기득권을 유지해오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직장 내에서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독재가 스스로 물러가지 않듯 직장도 절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불합리적 제도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온갖 갑질의 전형으로 유지돼온 문구를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적 자유는 단순한 기본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저항권,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인간다움을 의미한다. 취업규칙을 살펴보면, 여성비하적 표현과 노동자를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용어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직장 내 노동자들의 굴종과 비굴을 강요하는 제도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현민 사태를 계기로 재벌가의 갑질과 횡포가 세간의 화제다. 이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 직장 내에서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것 역시 갑질이자 학대다. 중세시대 봉건영주처럼 금융회사가 노동자의 정치적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제 겨우 정권을 바꿨을 뿐 아무 것도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구태는 쌓여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는 직장에 남아있는 부조리한 문화, 제도로 남아 있는 취업규칙들을 바꿔나갈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왜곡되고 뒤틀린 현대사를 바로잡는 과정이기도 하다. 촛불 혁명 이후 인권 신장의 시금석은 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삶을 지탱하는 직장에서 얼마나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는가. 노동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사문화된 표현이라고 둘러댈지 모르지만 취업규칙에 남아있는 정치활동과 정당가입 금지는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압하고 노동자를 감시, 처벌하는 도구로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의사표현,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취업규칙은 당연히 무효가 돼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는 전 사업장의 취업규칙을 조사해 인권을 유린하고, 성차별을 조장하며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사항을 찾아내 각 회사에 시정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직장 앞에 멈춰선 민주주의, 아직도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금융권 회사 취업규칙을 반드시 고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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