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사태·AK켐텍 PHMG 검출 논란, 여전히 ‘묵묵부답’

(사진=뉴시스)
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부터 계열사인 AK켐텍의 ‘탈취제 유해물질 검출’이 기업의 신뢰도 하락을 부채질하며 채형석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암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애경타워 건물 모습(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애경그룹이 42년 만에 구로동에 있던 본사를 홍대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장남 채형석(58) 총괄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재차 불거진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부터 그룹 계열사인 AK켐텍이 ‘탈취제 유해물질 검출’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날 선 공방을 벌이는 등, 애경에 계속되는 악재가 단순한 성장통으로 끝날지 아니면 회사의 신뢰도 하락을 부채질하며 채 부회장의 발목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5일 재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본사 이전과 함께 채 총괄부회장이 조만간 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채 총괄부회장은 애경의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과 현재 애경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영신(82) 회장이 장남이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에서 출발한 애경그룹은 생필품인 세탁비누 생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사업을 유통과 항공 등으로 다각화를 시도하며 그룹의 중추 역할을 했다. 특히 5대에 걸쳐 이어진 제주도와의 인연으로 채 총괄부회장은 지난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에 나섰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후발주자의 어려움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지난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채 총괄부회장은 AK면세점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채 부회장은 매각금을 항공업에 투자하면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9963억원,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에 성공해 그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게다가 채 부회장은 6월 말 기준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지분을 16.4% 보유한 최대주주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56.94%), 애경산업(39.4%) 등 주요 계열사 대주주인 만큼 채 부회장은 지주사를 통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렇듯 그룹경영 승계까지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채 총괄부회장도 최근 들어 그의 행보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꼽을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가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사건으로 환경단체 주장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39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애경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단 한 차례도 직접적 사과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역시 없이 7년이나 지났다. 검찰은 지난 4월 공소시효가 만료로 판단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애경은 법적 처벌을 피해 갔지만 국민들의 질타는 피하지 못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가습기 사태와 관련해) 판매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현재 정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사가 조속히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성실히 책임을 다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과학적 입증이라는 높은 벽 뒤에 숨어 결과가 나오면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애경그룹의 태도는 이미 7년을 기다린 피해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AK켐텍도 피죤에 공급한 탈취제 생산원료에서 인체에 해로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4월 피죤은 AK켐텍에서 공급받은 탈취제 원료에서 PHMG가 검출됐다는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AK켐텍을 형사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표준시험절차에 문제는 없었으며 PHMG가 검출된 것이 맞다”며 피죤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같이 ‘책임 회피’로 일관하며 도덕성에 흠집을 입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연일 터진 애경그룹의 유해물질 논란을 어떻게 봉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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