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발표 9일 전 안 전 수석 수첩에 비공개 평가 있어
관광공사, 지침 어기고 80억 부당출자 정황도 포착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K뱅크를 내정한 뒤 사업자 선정 평가 결과를 짜 맞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가 발표되기 9일 전인 2015년 11월 20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수첩에 이미 평가결과 점수를 적어뒀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 1일 KT, 카카오, 인터파크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11월 27일부터 29일 사이에 외부평가위원 합숙 심사 평가 후 29일 예비인가 사업자를 발표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평가 점수는 인가를 신청한 사업자들에게도 비공개 됐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안 전 수석은 발표 9일 전 수첩에 '카카오 86, KT 우리 83, 인터파크 SKT 64'라고 적었으며, 이는 박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부 평가위원 세부 심사평가 결과표의 결과와 일치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15년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안 전 수석이 정상회담을 수행하는 동안 사전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평가점수를 듣고 기재했거나,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또 한국관광공사가 기획재정부와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기고 K뱅크에 80억원을 졸속으로 출자했다고도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 9월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KT컨소시엄과 투자결정 협약을 체결한 뒤 뒤늦게 기재부와 협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전에 이사회 의결도 없이 계약 체결 두 달 후에 서면으로 처리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관광공사가 이사회 의결 없이 KT컨소시엄에 출자하기로 협약한 것은 사후 의결이 있더라도 무효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박 의원은 “기재부는 K뱅크에 출자한 한국관광공사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해 절차적 위법의 책임을 묻고, K뱅크 설립 과정에 비위가 있다면 형사고발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은 “전혀 청탁한 일 없다”면서 “KT는 핀테크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우선 관광공사의 투자에 대한 협의 문제는 다시 한 번 짚어보겠다”며 “그 후 금융위나 금융당국에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도록 얘기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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