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보상 대상 근로자 확대·공익기금 500억 출연 등 합의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위험관리 불충분·동료 고통 배려 못해” 사죄
황상기 반올림 대표 “사과 받아들여, 협력업체 등도 보상 포함” 주장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 김지형 조정위원장(가운데), 반올림 황상기 대표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 김지형 조정위원장(가운데), 반올림 황상기 대표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등의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병에 걸린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11년 만에 마무리 됐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공식사과와 함께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내놓은 중재안의 성실한 이행을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1984년 5월 17일 이후 1년 이상 반도체·LCD 라인에서 근무하다 질병을 얻은 임직원 전원에 대해 보상하기로 했으며,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산업안전보건 발전 기금 5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김기남 사장(DS부문장)은 사과문을 통해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았는데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고,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이자 반올림 피해자 대표를 맡고 있는 황상기씨는 “오늘 삼성전자의 사과는 직업병 피해자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삼성전자의 다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마련된 안을 통해 보상 대상을 기존 삼성전자 기준보다 대폭 넓히고 반올림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포괄하게 되서 다행”이라며 “다만 사외협력업체 소속이라서 혹은 보상대상 질환이 아니라서 여전히 보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향후 보상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제도를 도입해달라”며 “대기업들이 솔선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합의한 피해 보상업무를 위탁할 제3의 기관은 법무법인 지평으로 합의됐으며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지평 측은 최대한 관련 절차를 빨리 마무리해 이르면 올 연말부터 피해자 개인별로 구체적인 지원보상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출연한 산업안전보건 발전 기금 500억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해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 등 안전보건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산재예방 사업에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당시 23세)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8년 3월 황씨와 같은 피해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시민단체 반올림이 만들어지면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반올림의 기나긴 투쟁 끝에 2014년 12월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가 공식 출범했고 2015년 7월 조정안이 마련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160명의 백혈병 피해자 중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40명을 제외한 120명에게 보상했으나, 반올림은 40명을 제외한 조정안에 반발해 2015년 10월 7일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계속 충돌하던 양측은 올 초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 지난 7월 양측이 조정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합의에 이르렀으며 23일 최종 협약안을 내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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