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 목적은 IFRS17 속내는 FI 달래기 … 생명보험주 자체 매력도↓ 고민 커
FI 여전히 2조원대 풋옵션 하겠다는 입장 … 궁지 몰린 신창재 회장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교보생명이 정기이사회를 열고 내년 하반기까지 자본확충을 위해 결국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FI들의 등쌀에 못 이겨 결정한 IPO에 대한 후폭풍은 신창재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전망이라 앞으로 대응이 주목된다.

◇ 표면적 목적은 IFRS17 속내는 FI 달래기 … 생명보험주 자체 매력도↓ 고민 커

교보생명이 결국 IPO를 하게 됐다. 이번에 추진하는 IPO의 목적은 간단하다. 오는 2022년 새롭게 도입되는 IFRS17(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부 속사정으로 파고 보면 신창재 회장이 이미 한 차례 IPO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번복한 일에 FI(재무적 투자자)들의 집단적 반발이 원인이다. 이를 달래고자 신창재 회장도 여러 방안을 논의했으나 먹히지 않았고 결국 IPO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문제는 현재 증시 상황이 교보생명에게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까지 만해도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넘나들면서 하반기엔 3000포인트까지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그런 말은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미·중 무역전쟁은 전 세계 증시를 흔들게 했고 추후 경제 상황이 나이질 것이라는 보장마저 없자 경기 하방 압력을 받아 증시가 떨어진 상태로 머물고 있다.

게다가 올해보다 더 암울한 내년 생명보험 업계 업황은 교보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이 0.25%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장기적 이슈이지 당장 생명보험 업계의 단비가 되어줄 가능성은 없어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FI 풋옵션 행사 하겠다 … ”형식적 IPO 관심 無“

그동안 신창재 회장이 IPO를 차일피일 미뤘던 배경에는 생보업계 불황과 증시 불안정에 따라 제 값도 못 받고 떨어질 주가에 대한 걱정이었다. 주목할 점은 FI도 이 점을 잘 알았기에 기다렸다.

그 사이 FI들은 상장 지연으로 연기금 공제회 등 출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원리금 상환 압박에 시달렸다. 다만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을 1조 2054억원에 매입하면서 2015년 말까지 교보생명의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게 되면서 기다릴 만한 여력이 됐다.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IPO 압박은 거세졌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IPO를 준비하기는커녕 지난 9월 18일 이사회에서 정보와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IPO 추진 안건을 보류했고 지난달 20일엔 이사회를 추가로 개최해 상장여부를 논하겠다고도 했지만 상장 주관사의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루는 등 FI의 신뢰를 져버렸다.

결국 풋옵션 행사를 통해 손실을 감안하고서라도 원금 회수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FI인 중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 측에 풋옵션 행사 의사를 전달했다.

이번에 IPO를 하긴 했어도 신창재 회장에겐 별 의미가 없는 상장이 됐다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신창재 회장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결국 본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다.

◇ 자기 자본 9조 9000억원에 RBC비율은 292% 양호

한편 2018년 3분기 기준 교보생명의 총자산은 107조 8000억 자기 자본은 9조 9000억원 RBC(보험금 지급여력)비율은 292%로 자본이나 RBC비율은 나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 시기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며 주관사 추가 선정,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 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의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우려와 다르게 IPO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교보생명은 새로운 회계 및 자본규제가 도입돼도 최상위권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교보생명은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에 교보생명 관계자는 “IPO는 자본 확충뿐만 아니라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더욱 많아지고 사회적 책임도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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