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결국 조달 자금은 최 회장"
한투 관계자 "법적으로 문제없다"
'개인 대출' VS '기업 대출' 갈려
24일 결론...징계 수위 낮아질 수도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부당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정이 또 한 번 연기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 결과 조치 안을 심의했지만 밤 11시가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해 추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제재심에서도 같은 사안을 논의했지만 한국투자증권 측의 소명이 길어지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사업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관경고, 임원 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사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혐의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최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70억 원을 SPC '키스 아이비 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후 키스 아이비 제16차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이 SPC는 최 회장과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최 회장이 이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금감원은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한 주체는 SPC지만 조달한 자금이 결과적으로 최 회장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측에서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바로 최 회장에게 간 것이 아니라 SPC라는 실체가 있는 법인에 투자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어 "TRS 거래도 증권업계 다방면으로 사용돼왔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SPC를 통한 TRS 거래는 증권업계에서 익숙한 거래 수단 중 하나"라며 "(이번 사안을)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회장의 거래로 보게 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수행됐던 증권사의 모든 SPC 대출이 불법이 되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제재와 관련해 가장 큰 쟁점 사항인 부당대출 이슈와 관련해 위원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징계 수위는 다시 한번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들은 지난 2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부당대출 문제를 제외한 다른 쟁점 사항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쟁점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선 이번 달 24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부당대출에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종 제재 수위는 제재심·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해야 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단기금융업 업무와 관련된 첫 제재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제재안에 따라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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