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감원 출신 임원으로 영입하면 제재 받을 가능성 16.4% 감소
위험 관리 성과 개선 없어…감독업무 분산 필요성 제기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금융사에 고위직으로 영입된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방패막이’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지난 2011~2016년 금융사 재직 임원의 67.2%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 출신 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 인사 가운데 금감원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사 임원으로 옮기면서 첫 3개월간 해당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나 떨어졌다. 하지만 채용 이후 2분기부터는 제재 감소 효과가 관측되지 않아, 금감원 출신 인사의 전관예우 효과는 단기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 황순주 연구위원은 “현직 인사와의 인적 관계로 인한 영향력은 퇴직 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이후의 제재감소 효과는 주로 현직 감독 실무자와의 인적 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재 받을 확률이 감소했음에도 민간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성과’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금융사들의 금융당국 출신 임원 영입 이후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률 변동을 분석하니, 해당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포착할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한국은행 출신이 민간 금융사에 고용된 2분기 후에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률이 3.94%포인트 개선됐다.

다만 연구진은 금감원 출신 인사와 민간 금융사 사이에 부당한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는 금감원 출신 임원이 운영위험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제재 사유가 되는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데 전문성을 발휘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전직 당국자 채용의 효과에 관해서는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분권형 금융감독 구조인 미국은 전직 금융당국 인사가 민간 금융사에 취업해도 제재 확률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다수의 선행 연구들은 한 기관에 감독 권한이 집중되면 부당한 유착 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금융감독 업무의 책임과 권한을 다수의 기관으로 분산시키는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까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금융당국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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