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보험감독국장 상임고문 맡은 건 KDI 보고서가 말한 ‘방패효과’ 때문?
보험감독국 인사 잡음 더 커진 금감원 … 돌파 선택한 윤석헌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연 초부터 삼성생명과 금융감독원 사이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의 신년인사가 금감원과 일전을 치루기 위한 준비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싸움이 자존심 대결로만 번져 정작 보험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시된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전 보험감독국장 상임고문 맡은 건 KDI 보고서가 말한 ‘방패효과’ 때문?

삼성생명은 신년인사를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보험감독업무를 맡았던 박병명 전 보험감독국장을 기획실 산하 신임 상품담당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다.

표면적인 배경은 모호한 약관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해 즉시연금이나 암 보험금 지급과 같은 문제를 만들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관을 잘 만들어 분쟁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박 고문을 정말 약관만 잘 만들기 위해서 영입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이는 현재 삼성생명을 감싼 논쟁이 소비자문제 뿐 아니라 대법원에서 3심 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지배구조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5일 KDI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를 내고 금융당국 인사가 민간 금융사로 재취임해 얻는 이득을 취합한 결론을 냈다.

보고서는 지난 2011년부터 2017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을 대상으로 분석했고 조사 대상에는 금감원, 금융위, 기재부, 한국은행 출신을 주로 다뤘다.

이 가운데 금감원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들어간 경우 금융사가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나 감소했고 나머지 출신들은 관측 되지 않았다. 물론 보고서에 따르면 이 통계만으로 금감원 출신과 민간 기업 사이 부당한 유착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박 고문의 임명이 현재 삼성생명이 위급하게 다가온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방패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공교롭게 삼성생명의 신년인사가 평소와 다르게 기획실 산하 기획팀을 1팀과 2팀으로 분리하고 이 자리에 각각 전 미래전략실 출신 최인철 전무와 대관통인 이길호 법인 1사업부장을 각각 기획 1팀장과 2팀장으로 앉히고 이길호 상무는 전무로 승진시켰다는 점도 합리적 의심을 키우고 있다.

◇ 보험감독국 인사 잡음 더 커진 금감원 … 돌파 선택한 윤석헌

이성재 현 여신감독국장 
보험업계에선 '저승사자'로 불리우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현재 보험감독국의 인사 문제로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동안 논란이 됐던 보험감독국장은 유임하기로 결정했으나 부원장보 선발을 두고선 보험국 내부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

이 논란 배경엔 현재 금감원이 지난 1999년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의 통합 출범해 각 감독국의 출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보험감독원 출신인 설인배 현 보험 담당 부원장보와 달리 전 은행감독원(한국은행) 출신인 이성재 현 여신감독국장의 보험감독국 부원장보 지정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 된 셈이다.

물론 금감원 내에서는 기존 보험국 출신들의 보험업계의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한 인사라고 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외려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보험감독원 출신 직원들을 자극하는 분위기라 이번 인사 문제는 두고두고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윤석현 금감원장은 이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 감독국장이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법원에서도 지급하지 말라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문제를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서라도 끝까지 받아낸 바 있다.

당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이 ‘일부 지급’ 방침을 고수하자 영업정지, 대표이사 문책 등 중징계를 예고하며 사실상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현재 진행형인 즉시연금 논란도 지난 자살보험금 사태와 유사하게 전개 돼 보험업계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이슈 되면 보상 관심 벗어나면 없던 일 반복 … 보험소비자들의 커져만 가는 답답함

이미 알려진 대로 삼성생명은 올해 금감원과 즉시연금 문제로 법적싸움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작년 9월부터 즉시연금 분쟁조정 일괄신청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1700여명이 조정신청에 응했고 이외 소비자 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두 차례에 걸친 공동 소송 원고단을 모집한 결과 2000여명이나 참여했다. 이 중 약 41%에 달하는 700여건이 삼성생명인 것으로 밝혀진 만큼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암 보험금 지급문제에 있어서도 삼성생명이 유난히 화두에 많이 올라온 덕분에 지난 8일에는 보암모 회원 200여명이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충분히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사건을 키우게 한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즉시연금 문제를 두고서도 재작년 11월엔 지급하겠다고 결정 내렸다가 작년 2월에 주지 않겠다고 번복하고 작년 7월엔 이사회를 통해 법적 싸움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하나이고 암 보험금 문제도 주겠다고 작년 11월에 발표했다가 지난달엔 번복해서 안 주겠다고 하더니 최근엔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소비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이슈가 되면 준다고 이야기 하고 이슈가 사라지면 슬그머니 일을 미루는 행태”라며 “줄 때까지 준 게 아닌데 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소비자 입장에선 분통이 터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금감원도 압박을 해서 끝까지 주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은 한다고 하는데 소식이 없으니 소비자들 입장에선 싸우는 척만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험소비자들은 금감원이 나서서 삼성생명과 싸우는 모습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또 다시 문제가 번복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정치적 싸움으로 비화 돼 시간만 밀릴까 우려하는 셈이다.

이에 소비자 단체 회원 A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집회를 나서는 것도 고역이지만 이렇게 투쟁을 해도 결국 내가 낸 보험금 한 푼 받지 못하는 게 화가 난다”면서 “정작 이런 아픔을 알아야할 금감원은 내부 싸움과 외부적 자존심만 생각하고 정작 소비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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