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CEO 취임 '영업이익 1조원' 공약…업계에선 반신반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신임 사장(사진=한국투자증권)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유상호 사장에 이어 한국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정일문 사장이 여의도 증권가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그가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전대미문인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취임 첫해에 이같이 공격적인 목표를 내건 데 대해 '믿는 구석이 있다'는 관측과 '공수표가 될 것'이란 의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경쟁 증권사 CEO들이다. 최대주주나 모기업에서 새내기인 정일문 사장만도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은 2017년 한 해 6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은 3분기까지 5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5300억 원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준을 보였다. 4분기까지 합쳐도 많아야 7000억 원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 사장의 목표대로면 올해 거기에서 다시 40%가량을 더 늘려야 한다.

올해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식매매수수료나 위탁수수료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적은 셈이다. 미국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워지면서 채권금리 상승으로 고전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대금리 수준이 낮은 편이어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기대할 곳은 기업공개(IPO)나 구조화금융 등 투자은행(IB) 업무다. 게다가 한국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이 가능하다. 차입 효과를 극대화시키면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

한편 정 사장의 공격적인 목표는 덩치가 더 큰 미래에셋대우나 규모가 비슷한 삼성, NH투자 등 다른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에게도 심리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증권에서 다수 인재를 영입하고, 또 다수 인재가 한국증권으로 이동한 미래에셋대우의 행보가 주목된다. 미래에셋대우는 한국증권보다 3조 원 이상 많은 자본에도 불구하고 2017년 영업이익은 6278억 원으로 오히려 뒤졌다. 2018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도 5264억 원으로 한국증권만 못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정 사장의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많지만 한국증권이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해왔던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전임 유상호 사장의 경영 성과가 워낙 뛰어나 정 사장으로서는 취임 첫해에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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