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성 및 정부·지자체 자금 금리 산정에 포함…대출금리 0.27%포인트 하락
은행권 “은행권의 수익악화는 불가피…정부의 가격통제 지나친 면이 있어”
은행 대출금리 기준 변화, 은행 수익성 영향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제기 돼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깜깜이’식으로 산정된 대출금리가 개선된다. 은행권에선 개선안 발표와 동시에 우려 섞인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간 각 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 시 자본비용, 법적비용, 마진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계산했지만, 이젠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향후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에도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

시중은행들의 근심·불안과 다르게 이번 대출금리 산정기준 변화가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7월부터 잔액기준 코픽스(COFIX) 금리와 변동 금리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방안을 22일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으로 금융당국은 기존에는 반영하지 않았던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에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결제성 자금과 정부·한은 차입금 등 저원가성 자금을 반영하기로 했다.

은행의 전체 대출 재원의 약 34%를 차지하는 저원가성 자금이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에 반영되면서 금리는 지금보다 0.2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도입으로 은행권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금리인하 폭이 증가한 만큼 은행권의 수익악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4월부터는 변동금리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도 인하됨에 따라 기존 코픽스로 대출받은 고객들이 새 금리로 갈아탈 환경도 조성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대출금리를 개선안을 통해 인위적으로 낮춘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중도상환 시 발생하는 각종 고정비용을 은행들이 지불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은행권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유승창·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8개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1177조원 가운데 잔액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적용하고 있는 대출은 62조4000억원으로 5.3%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현재 잔액기준 코픽스 적용 대출이 일시에 모두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가 적용된다는 보수적인 가정을 해도 은행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2% 미만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정부의 정책 취지는 은행간 경쟁을 유도해 대출 금리 인하함으로써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저원가성 예금을 편입해 기준금리를 낮춰도 은행은 가산금리 변경을 통해 대출금리를 신규취급액 대출 금리와 유사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승창·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 기준 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가격 통제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선진국들이 체계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규제가 한국보다 적은 게 아니라 가격 개입을 최소화해 시장 기능을 활성화해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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