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으로 인식했던 업계 '당혹'... "논의 단계 확대해석 경계"
논의 결과 따라 업계 지각변동까지 예상... ‘부정적’ 의견 다수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자본이지만 부채성격을 띄는 하이브리드형 채권인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을 늘려야 하는 금융업계의 히든카드로 떠오르며 각광 받아왔지만 최근 부채로 전환하겠다는 논의가 이뤄지자 금융업계의 고민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 영향에 따라 자본 확충에 목을 걸며 무리하게 신종자본증권을 늘린 상황인데 졸지에 자본에서 부채가 되면 입장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향후 논의 방향에 따라 업계 지각변동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 신종자본증권 부채 or 자본 고민 깊어져 

IASB(국제회계 기준위원회)가 IAS32에 관한 토론서를 통해 신종자본증권의 부채 분류 검토 중인 사항이라는 것을 알렸다. 이는 자본이지만 부채의 성격을 가지는 복합금융자산의 분류 기준을 현행보다 강화해 자본 대신 부채로 보자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신종자본증권 말고도 현재 회계 기준상 복합금융자산으로 분류 되는 건 또 있다.

대표적으로 상환우선주와 전환사채다. 이 두 금융자산은 신종자본증권과 마찬가지로 이자 상환 조건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본보다는 부채의 성격이 짙다. 그렇지만 IAS32는 손익계산서상 이자 또는 배당 지급액을 인식하는 복합금융자산 상에서 자본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신종자본증권은 이 두 상품과 무슨 차이가 있어서 부채로 본다는 걸까?

출처 - 신한금융투자, IASB
출처 - 신한금융투자, IASB

IAS32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토론 안은 두 가지다. 만기 외 시점에 현금 혹은 자산 지급의 의무가 있거나 가용 경제적 자원과 무관한 비용 지급 의무가 있는 경우 복합금융자산을 부채로 인식해야한다고 명시했다는 것인데 이 경우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이 아닌 부채라는 거다.

토론 안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비교하자면 상환우선주는 발행 할 때부터 상환을 전제로 하기에 사채의 성격도 있고 중간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어 만기 외 자산지급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익이 났을 때만 상환하고 만기가 되면 소각 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 주식이라는 점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된다.

전환사채(CB)도 기본적으로 채권으로 이자를 상환하거나 중간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등 부채인 것은 맞지만 중간에 회사 성장에 따라 주식 전환 권리를 갖고 있어 중간에 얼마든지 자본인 주식으로 성질을 바꿀 수 있어 자본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질을 동시에 가졌다는 부분에서만 전환사채와 비슷하지 내용면에서 보면 주식처럼 만기가 없다는 것뿐 정확히 성질은 주식이 아닌 채권인데다 발행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둘과 다르다.

◇ 회계업계에선 논란 있던 내용 … 보험업계 “부채면 발행할 이유 없어”

문제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해왔던 것을 믿고 보험업계가 발행을 결정했기에 갑작스런 이런 토론이 업계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IFRS17과 K-ICS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여러 의결을 거쳐 결정한 방안이 외려 발목을 잡는 셈이 됐으니 더 그렇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논의가 회계업계에서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 원래 기존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다는 사항이다. 현재 이 같은 작업을 하는 배경도 다양한 형태의 복합금융자산이 속출하면서 명확한 분류표가 있어야 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취지는 공감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재논의는 기존의 자본으로 알고 계약한 업계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것”이라며 “부채였다면 애당초 발행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부채로 인식해도 신규 발행 된 채권에 대해서부터 적용해야지 기존 상품까지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준비는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외에 다른 자본확충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한다고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규제가 나온다고 해도 지금 일이 아니고 한참 뒤에 일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 중·장기적 자본 적정성 우수 보험사 대형화 … 부채 전환 ‘다수 부정적’ 의견 다수

출처 - 금융경제신문

지금까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는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이 지난 2017년 각각 5억 달러씩 발행했고 지난 2018년엔 한화생명이 10억달러와 5000억원, KDB생명이 2억달러, 현대해상 5000억원, 한화손보가 1900억원, DB생명이 300억원을 발행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보험업계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총액은 대략 3조 6900억원 수준에 이러 적은 금액은 아니다. 문제는 IFRS17 도입 시 회계 상 자본이 지금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의 중요도는 보험업계에서 매우 높다.

실제 보험업계는 후순위채보다 활용도가 높은 신종자본증권을 우선 순위에 두고 발행했고 해외 금리가 높아진 다음에는 국내 증권사로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했거나 염두에 둔 곳도 적지 않았다.

출처 - 신한금융투자
출처 - 신한금융투자

특히 지난 2018년에 시험삼아 K-ICS를 통해 자본비율을 산출한 결과 음수로 산출된 보험사들이 존재한다는 충격으로 RBC비율이 위태로웠던 보험사들 중심으로 빠른 자본확충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나왔고 발행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발행 된 신종자본증권이 부채 분류 시 보험사들의 충격은 충분히 예상 된다.

다만 현재 토론서에 대한 외부 의견을 지난 1월 7일까지 모집한 바 있는데 대부분의 의견은 다소 부정적이라고 제출해 추가 검토 및 실제 개정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신한금융투자 임희연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토론 안이 도입될 경우 당장은 자본 여력이 충분한 대형사 중심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자본 적정성이 우수한 보험사들의 대형화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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