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한계 온 FI … "불행은 이미 예견"
풋옵션 행사 되면 지분 매각 나설 수밖에 … 오너경영 무너질까?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FI에게 제시한 차선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FI의 중재소송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경영권의 향배는 중재소송의 결과에 따라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업계에서는 신 회장이나 FI 둘 다 끝을 보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추후가 주목된다.

◇ 인내심에 한계 온 FI … 우유부단한 신창재 회장 결국 화 불러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교보생명 FI(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대한상사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협상시한 종료 하루를 앞두고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을 통해 전달한 간곡한 호소문에도 결국 풋옵션 행사가격에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FI들은 중재를 신청한 셈이다.

지난 1996년 선대 신용호 회장의 부탁에 서울대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맡게 된 교보생명 경영은 숱한 위험을 넘기면서 20년을 버텨왔지만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 경영권을 위협받는 최대 위기에 당면했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면 이번 위기는 FI에게서 촉발 된 문제가 아니라 신창재 회장이 자초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진 지분 24%를 넘기려던 그 순간 신창재 회장에게 나타난 FI는 경영권을 방어해줄 수 있는 흑기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신 회장은 FI들에게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해도 된다는 조건까지 내걸면서까지 지분 매입에 대해서 환영했다.

문제는 3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당시 국내 증시상황이 녹록치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수년간 박스피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던 주식시장에다가 생보업계가 불황까지 겹치자 제 값 받고 IPO를 할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그래서 FI는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며 추가로 3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 줬고 공교롭게도 지난 2017년엔 코스피 지수가 2600을 넘기는 등 최고치를 기록하며 FI들에겐 IPO에 대한 기대감도 달아오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여전히 IPO를 차일피일 미뤘고 답답한 FI들은 불만을 내비쳤지만 업계 불황을 이유로 들며 IPO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증시 호황기는 끝나 박스피 장세가 이어지자 IPO는 물건너 갔다고 FI가 판단하게 됐다.

이젠 배임혐의로 몰리게 된 FI들 입장에선 초반 투자했던 1조 2000억원에서 1조를 얹어 2조 가량 풋옵션을 행사하는 지경까지 이렀다.

◇ 풋옵션 행사 되면 지분 매각 나서야 돼 … 오너경영 무너질까?

현재 신창재 회장은 협상 타결의 가능성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교보생명을 통해 표명한 입장문에 따르면 신 회장은 “FI가 중재신청을 했어도 언제든 철회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중재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별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는 만큼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계속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신 회장은 FI의 중재신청을 막기 위해 FI 주식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나 기업공개(IPO) 성공 후 차익 보전 혹은 FI 지분 제3자 매각 추진 등을 새 협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해당 협상안으로 FI가 받아들이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FI들에게 지불해야 할 차익을 어떻게 교보생명이 제시할 것인지가 핵심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FI가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FI가 신창재 회장에게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은 1주당 40만 9000원으로 신 회장이 생각하는 매입가는 교보생명의 비상장 주식 거래가인 주당 20만원중후반대로 보면 즉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 FI들이 과거 교보생명이 잘 나갔던 시절만 보면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FI들 입장에서는 진즉에 IPO를 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당 가격에 대한 입장차는 중재원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여 진다는 점이다. 중재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FI 손을 들어준다면 신 회장은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풋옵션 차익인 1조원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 신 회장의 지분 36.91% (756만 5648주)에서 20만원대 중후반 가격 인 28만원으로 계산해서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지분의 19%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도 최소 18%이상은 매각해야 한다고 나온다. 

즉 신창재 회장의 독립적 경영은 사실상 어렵고 오너경영도 종지부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ABS발행까지 거론한 것을 보면 결국 신창재 회장이 돈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어떤 방안으로도 FI들이 기다린 7년간의 시간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만 결국 FI나 신창재 회장도 파국으로 치 닫으며 경영권 위협을 하는 짓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얼마든지 추가협상은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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