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가 없어도 누구나 참여 가능…카카오톡으로 빠르고 편하게 초대 가능
출시 99일 만에 이용자수 200만 돌파…금융·소셜을 접목한 혁신의 선례

■ 고은혜 카카오뱅크 매니저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은 새로움 속의 익숙함, 약간의 새로운 변화가 있는 익숙함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 변화를 추구하지만, 언제나 변화의 출발점은 익숙함에서 오는 불편함을 인식하면서 시작된다. 이런 면에서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그동안 ‘새로움 속 익숙함 혹은 약간의 새로운 변화가 있는 익숙함’에 목말라한 금융소비자들의 갈증을 덮어버린 단비 같은 상품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미 시중은행도 모임통장을 출시해, 카뱅의 모임통장에는 ‘혁신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의 ‘편리성’에 집중한 카뱅의 모임통장은 지난달 12일 기준 출시 99일 만에 이용자수 200만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은행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상을 기획한 모임통장의 기획자 고은혜 카카오뱅크 매니저를 만나 그간의 작업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 보았다.

Q 기존 금융권에도 비슷한 상품이 많았다. 카카오 모임통장만의 차별성은?

기존 금융권의 모임통장보다 ‘간편하다’라는 점에서 (카뱅 모임통장의) 차별성이 있는 거 같은데, 저는 (모임통장이) 정말 심플해야하고 꼭 필요한 기능만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도 회의를 하면서 나온 많은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과정이었어요. 처음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여러 명이 모인 모임통장이니깐 사람들끼리 톡도 할 수 있어야 하고 회비에 대한 내역을 총무가 자세히 관리하는 틀도 만들어야 한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고 사용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담아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두 번째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사용자 중심’으로 바라봤어요. 사실 계좌가 없는 모임멤버에게도 개방한다는 점에 대해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어요. 하지만 같은 모임에 있다고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카뱅 계좌를 써야하는 건 불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사람들한테 강제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게 하는 것보단 진입장벽을 낮춰 기존 계좌 또는 새로운 계좌 중 선택해 모임통장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했어요.

Q 공동자금 관리인 모임통장의 ‘보안성’이 개발 과정 중 중요 과제였을 것 같다. 보안은 어떻게 해결했나?

제가 모임통장을 기획하기 전에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대부분 총무가 통장을 개설한 이후 거래내역을 한 달이나 반기 단위로 정리해서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리는 방식으로 회비관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회비관리 내역을 비밀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면 모르겠는데 그럴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거래 내역이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했죠. 어쨌든 사람들은 통장내역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유를 하게 되면 보안이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거죠.

이런 상황에서 게시판 형태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모임통장은 그동안 계좌와 커뮤니티로 나눠져 있었던 모든 과정을 앱 안에 하나로 합쳐 놓아 동선이 간단해졌어요. 또 모임주가 초대한 카카오톡 친구만 모임통장에 참여할 수 있어 기존 회비관리 방법보다 보안 면에서 안전하고, 모임전용 안심계좌번호와 거래명 별표처리 등 안심 기능도 제공해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화했어요.

Q 모임통장 개발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여러 사람이 참여한 것으로 들었다. 개발 과정 중 의사소통과 업무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카뱅의 대부분 직원들은 담당자가 아니어도 자신의 직무랑 상관없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보시면 돼요. 개발 초기에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의된 공통의 방향성을 정해요.

처음부터 모두가 (개발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게 되니깐 이후에는 서로가 논쟁 할 일은 많지가 않아요. 그래서 프로토타입이나 테스트 버전이 나오면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개선을 해, 옆길로 새거나 서로가 논쟁 할 일은 거의 없어요. 직무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같은데 서로의 역할만 다르다는 점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죠.

Q 모임통장 출시 이후 이용한 고객들로부터 여러 반응이 나왔을 것 같다. 가장 많았던 고객 반응, 요청 사항은?

SNS같은 데를 보면 회비...잊으셨나요?, 돈 보내주세요, 자네 뭐 잊은거 없나? 같은 메시지 카드를 이용해 회비알림을 보내는 등 모임통장 덕에 회비 걷기가 편해졌다는 피트백이 있어 뿌듯했어요. 가족여행이나 효도여행 다짐 같은 것도 모임통장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고 인증해주신 분들도 계셔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사실 저희가 처음 모임통장을 기획할 땐 모임주에 포커스를 맞춰서 기능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나머지 모임멤버들은 회비를 내고 보는 정도밖에 안되고 적극적인 참여는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이 나왔죠. 그래서 저희도 정제된 데이터를 적절한 시기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Q 고객들의 의견을 참고해 개선된 부분이 있나? 혹 앞으로 모임통장에 추가할 기능은?

4개월 정도 지나고 200만 유저가 들어와 사용자들이 사용한 앱 패턴을 살펴보니 고객들이 자주 사용한 서비스가 저희의 예상과는 좀 달랐어요. 그래서 사용자들의 접근 경로나 동선을 체크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메뉴를 수정하고 있어요. 또 오픈 당시에 공개하려고 했던 기능도 있었지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순차적으로 배포할 계획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올해 안으로 여러 번에 나눠 기능 개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Q 이모티콘 증정부터 1인1닭 쏜닭 이벤트까지 다양한 고객 가입 이벤트를 선보였다. 이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벤트는? 앞으로 어떤 마케팅을 준비하는지?

오픈 당시에는 알리는 게 중요했어요. 특히 사람들에게 노출됐을 때 다른 은행의 모임통장과의 차별성을 빨리 알려야 해, 시작하자마자 TV CF를 공개하고 이모티콘 이벤트를 하는 등 처음부터 과감하게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거 같아요.

TV CF도 예전에 있던 기존 회비통장을 우리 모임통장으로 옮겨오라고 홍보하기보다는 고객들의 상황에 맞춰 카뱅의 모임통장을 이용하면 좋다고 강하게 어필하고 싶어 유스케이스 동영상으로 만들었어요.

쏜닭 이벤트는 20대 중반보다 20대 초반 연령의 점유율이 다소 적어, 20대 초반 친구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준비한 이벤트입니다. 그래서 새 학기에 맞춰 20대 연령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을 준비해 반응이 뜨거웠죠.

Q 모임통장 이용 고객의 74%가 20·30이며, 50대 이상은 7%에 그쳤다. 고령층 고객 유입을 위한 방안은?

최근 카뱅의 전체 고객 가운데 40대 이상 비율이 40% 안쪽인데 그 중에서 모임통장을 사용하는 비율이 30% 초반이에요. 사실 모임통장 이용자 가운데 이 수치가 적은 편은 아니에요. 침투 속도도 빠르고요.

앞서 말씀드린 쏜닭 이벤트처럼 연령별 고객 맞춤으로 적절한 이벤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고령층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고 이분들이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 액티비티와 제휴를 맺어 고령층도 불편하지 않게 쓸 수 있고 새로운 서비스에 익숙해지도록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업데이트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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