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23일 주요 국책.민간 연구원장들과 간담회 가져
"일본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수출 규제 이뤄질 수 있다"

 

[FE금융경제신문= 김용주 기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과 이어진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국내 관련 업체들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경제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일본의 반응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더 긴장감 있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국책·민간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아직까지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수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우리 경제와 기업에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무역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을 근거로 지소미아 협정을 종료 결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일본 측에 부당한 조치의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발생 가능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근본적인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 대책에 총력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일본의 수출 규제는 지금껏 세계 무역을 효율적으로 이끌어왔던 글로벌 공급망(GVC)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크다"며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와 GVC 전략의 방향성과 관련해 기관장들의 조언을 구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대내외 여건상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 갈등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올해 들어 3번 연속 하향 조정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고 있다"며 "하반기 들어선 미·중 무역갈등 심화, 브렉시트(Brexit) 불확실성, 홍콩 사태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중첩되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국내적으로도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홍 부총리는 "투자와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흐름과 전망, 그리고 우리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정확히 이뤄져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반기 정책 대응 방향과 관련해 그는 "당장의 활력 회복을 위한 돌파구가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면서도"보다 긴 호흡을 갖고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당초 계획한 재정과 투자 분야 집행을 차질없이 실행해 나가는 한편 투자 촉진, 내수 활성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경제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성장 경로상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우리 경제 전망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하며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추가 보강하고 소비, 관광 등 내수 활성화 대책 등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산업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과 SK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의 장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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