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와 MOU 체결…국내 최초로 지역 특화 사업 시작
지난 4월, 9개 지역 예비 타당성 조사…향후 확대 예정

■ 신협중앙회 지역특화팀 정진목 팀장·이상기 대리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쓰신 ‘나의 소원’에 나오는 구절의 일부다.

김구 선생은 문화의 힘을 강조하며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길 염원했다. 오랫동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민금융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에 고민해왔던 신협 역시 문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내 신협은 지역문화와 금융을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협만의 철학과 사회적 가치를 녹아내려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선 현장에서 ‘평생 어부바’ 정신을 실천해 나가는 지역특화팀(정진목 신협중앙회 지역특화팀 팀장, 이상기 지역특화팀 대리)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협이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

저희 신협의 태생정신은 ‘상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입니다. 김윤식 회장님도 항상 ‘협동조합정신’을 강조 하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회장님은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소년 동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이 곧 지역사회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줌싸개 소년 동상처럼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살린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특색 있는 지역 문화 자원이 많아요. 게다가 저희 신협은 전국 890여개의 개별조합들이 연합한 금융기관으로서 지역 사회와 밀접히 접근해 지역특화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 가치와 스토리를 담아 다양한 특화사업을 전개하게 됐습니다.

-국내에 많은 지역 특산품이 있다. 그중 전주 한지를 선택한 이유?

문화를 세 글자로 표현하면 ‘의식주(衣食住)’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의식주지(衣食住紙)’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지는 한복, 한식, 한옥과 더불어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산업으로 루브르 박물관 문화재 복원이나 바티칸 교황청 문서 복본에도 사용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보다 우수성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이처럼 사회적·예술적 가치는 누구나 알지만, 제작공정이 복잡하고 수작업으로 생산되다 보니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아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생산보다 소비 수요가 적다 보니, 최근에는 전통 한지장인이 사라지고 기술전수도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국에 총 21명밖에 남지 않게 됐죠. 점점 쇠퇴하게 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한지 산업 관련 인프라 보유부터 전주시의 적극적인 육성정책 의지 등 여전히 전주한지는 성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어, 1~2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신협의 첫 번째 지역 특화사업으로 ‘전주한지’가 선정됐습니다.

-전통한지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사업모델이나 지원현황?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통한지 장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주시와 MOU를 체결, 사무국을 설치하고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의 안정화를 위해 초기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했습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친환경 한지수의 전용 상조상품을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한지수의가 낯설 수도 있지만 사실 장례식에서 삼베수의를 입는 것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일제의 잔재입니다.

일제 강점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전통 장례수의는 고인이 생전에 아껴 입었던 생활복을 입었고, 삼베수의는 상주가 입는 장례복에 불과했습니다. 요즘 일본 불매운동이 연일 화제인데, 장례문화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지는 염색이 잘 돼, 수의의 색상 표현이 자유로워 심미성이 높을 뿐 아니라 연소성이 좋아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전국 신협 창구에서 한지수의 상조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공설장례식장 등을 통해 한지수의 판로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지수의 한 벌에 들어가는 한지 양은 전지(145×75cm) 기준 60매로, 수의 시장의 1%를 한지 수의로 대체할 수 있다면 전통한지 수요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예부터 한지는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한지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라고 한만큼 보존성이 뛰어납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한지로 만든 상장 케이스, 결제판 등 다양한 사무용품을 개발했고, ‘한지의 생활화’를 위해 한지 비누, 기름종이, 양말, 손수건 등을 판매해 우리 주변에서 한지용품을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가 발굴해 나갈 지역 특산품은?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산업이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도 전주에 한지마을이 설립돼 세계적인 관광벨트로 조성되는 등 전주한지가 자생적으로 성장·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신협의 지역조합은 전국 곳곳에 위치한 만큼, 앞으로도 많은 지역 특화상품과 지역조합을 연계해 발굴 및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 4월, 9개 지역에 자체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으며, 계속해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사회적경제부를 신설하는 한편, 아래 4개 팀(사회적경제팀, 지역특화팀, 사회공헌반, 사회적경제기획반)으로 구성했다. 지역특화팀을 사회적경제, 사회공헌, 사회적경제기획반과 한 부 아래 둔 이유는?

신협은 사회공헌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강조합니다. 지역특화 사업 기본 바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다양한 사회적 경제활동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역량을 지역특화 사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죠.

전통한지 기반의 사회공헌 사업 개발 등에서도 이러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저희는 ‘신협 행복한집 프로젝트’를 통해 취약가구에 ‘숨 쉬는’ 한지벽지와 장판지로 도배해주는 공헌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한지 벽지와 장판의 우수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이뤄냈습니다. 연내 45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으로 확대 지원할 예정입니다.

-신협은 현재 117개 국가에 퍼져 있는 협동조합 조직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 신협처럼 지역특화산업을 하는 곳이 있는지? 있다면 사업 규모나 성과는?

전 세계 신협 가운데 한국 신협처럼 특정 지역산업을 육성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한 경우는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넓은 의미에서 찾자면, 캐나다 밴쿠버의 밴시티신협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밴시티신협은 커뮤니티개발팀을 두고, 사회적경제조직과 파트너십 연계, 지역사회에 대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등을 수행하며, 지역사회에 사회적금융 공급, 커뮤니티 개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지역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규모면에서도 작년 말 기준, 자산 274억 달러, 조합원53만4886명, 지점 59개에 직원 2853명을 갖추며 꾸준히 성장했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에는 세계 신협 가운데 최초로 가치지향은행 세계연맹 네트워크(GABV)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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