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인터뷰

김혜진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김혜진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FE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 29일 3장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곳에선 고 문 기수를 포함 기수 및 말 관리사 7명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문 기수는 유서를 통해 무한경쟁이 조교사들에게 부당경쟁을 부추겼고 부당 지시 거부시 조교사들과 기승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기수들을 조교사들이 말을 태우지 않아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외국인기수제도 도입 경쟁 심화, 미래 없는 노동현실 등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기수 면허발급, 상금 결정, 기수와 말관리사들 징계,  ‘선진경마제도’ 강요 등은 결국 마사회에서 결정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족들을 비롯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공기관으로서 마사회 문제 개혁을 위해 구성된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마사회가 죽음까지 이르게 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책임 인정 등 기수 죽음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객관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유족 보상협의, 제도개선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혜진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에게 고 문 기수의 죽음 원인, 마사회에 요구사항,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본다.

- 자기 소개 및 업무 소개 해주세요

7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문중원 기수 사망후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공기관으로서 마사회 문제 개혁을 위해 ‘고 문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문 기수 죽음의 진상 규명을 위해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한 진상조사팀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 고 문중원 기수를 소개해 주세요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였던 고 문 기수는 2019년 11월 29일 유서 3장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유서에는 미래가 없는 기수들의 노동현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당했던 고통,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교사가 되고자 했지만 마사회 비리 구조 때문에 그 조차 이루지 못했던 고인의 아픔이 생생히 담겨 있었습니다. 2005년 개장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공공기관인 마사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w

-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무엇입니까

고 문 기수가 남긴 세장 유서와 이 죽음을 대하는 마사회 태도가 이 사건 본질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① 마사회는 이 죽음이 구조적인 문제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7명이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마사회가 ‘선진경마’라는 이름으로 무한경쟁체제를 만든 곳입니다. 서울경마공원과 달리 기수와 말관리사들은 기본급도 거의 없고 경쟁성상금 비중도 높습니다. (경쟁성상금은 경주에 나간 기수중 1위~5위까지에게만 지급) 외국인기수제도도 도입해서 경쟁도 더 심합니다. 성적이 나쁘거나 조교사에게 밉보이면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 이번 죽음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도 마사회는 이런 ‘무한경쟁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② 마사회는 고 문 기수와 고용계약 관계가 없어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겉으로 기수들은 조교사들과 기승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고 말관리사들은 조교사가 고용한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기수 면허 발급, 상금 결정, 기수와 말관리사들 징계, ‘선진경마제도’ 강요 등 모두 마사회에서 합니다. 마사회가 강력한 법적 권한으로 조교사들을 통해 기수와 말관리사를 통제하면서도 고용 책임을 외부화해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③ 고문 기수에 대한 부당 지시와 부당한 마사대부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합니다. 수사대상인 마사회가 수사 의뢰하고 경찰은 수사에 미온적일 뿐 아니라 마사회장을 만나고자 하는 유가족을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기수들이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조교사들은 말을 태우지 않아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무한경쟁이 조교사들의 부당지시를 부추깁니다. 결국 부당지시는 마사회 책임입니다. 마사대부가 부당하게 이뤄지는 것도 마사회 구조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마사대부 심사위원 미공개에 심사과정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마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마사대부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데도 마사회는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마사회는 유가족이나 부산지역 기수들과 의견을 나누지 않고 소위 셀프개혁안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경주상금에서 1위 상금을 2% 떼서 2위와 3위에게 나눠주겠다는 것, 기수들 출전 횟수 제한, 외마사제도, 마사대부 심사에서 외부심사위원을 늘리겠다는 것 등입니다. 이는 여전히 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며 마사대부심사 폐쇄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고치는 시늉만 하겠다는 것입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마사회의 마사대부심사 비리와 관련, 검찰청에 고발한 상황입니다.

- 현재 진행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문 기수의 극단적 선택후 아무런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자 유가족은 2019년 12월 27일 시신을 정부종합청사 앞 노상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현재 천막 분향소를 차려 농성중입니다.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외치며 매일 저녁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사회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청하며 청와대 앞 헛상여 행진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10일 마사회장과 공공운수노조(문 기수가 개별로 소속됐던 노조이며 1월 10일 공공운수노조 산하로 설립총회), 민주노총이 만났습니다. 그동안 마사회는 노조와 개별 교섭이 안 되며 경마 관련자들과 라운드 테이블에서 논의해볼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해왔습니다. 이날 마사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이 했던 요구를 중심으로 집중교섭을 하기로 결정, 1월 13일부터 집중교섭이 시작됐습니다.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마사회가 이 죽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후 제도개선에 나서야 교섭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1월 16일 고 문 기수의 49재를 조계사에서 지내고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습니다. 1월 18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 고 문 기수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설 전에 고인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시민들 마음을 모으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합니다. 1월 17일 서울경마공원(과천)에서 출발, 21일 청와대 앞까지 도착하는 4박5일간 일정입니다. 유가족들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21일 시민대책위원회가 시민들 힘을 모아 추모문화제를 진행합니다. 

- 시민대책위와 유족 등의 요구 사항은 무엇입니까

① 마사회는 고 문 기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어린 사과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합니다. 이를 위한 객관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유족에 대한 보상협의를 요구합니다. ②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사대부 심사 투명성을 높이고 조교사 적체를 해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마사대부 심사를 없애고 조교사 면허를 딴 순서대로 마사대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쟁성 상금을 줄이고 비경쟁성 상금을 늘리며 부가순위상금 신설, 기수들의 기본적 생계 보장 등입니다. 표준기승계약서를 만들어 기수들이 부당한 지시에 억눌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③ 이밖에 현장 변화를 이끄는 것은 기수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에라도 기수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마사회가 실질적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합니다. ④ 이번 요구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폐쇄적인 마사회 구조를 바꾸고 비리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농림축산부와 청와대, 국회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제도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내부 비리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경마를 위해 일하는 사람 권리도 보장하지 않으며 미래가 불안해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공공기관이 왜 존재해야 하겠습니까. 마사회 문제를 알려나갈 예정입니다. 김낙순 회장은 낙하산 인사입니다. 공공기관 기관장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교섭 결렬시 김 회장 퇴진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교섭이 진행되고 있고 김 회장도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노동자 7명이나 목숨을 끊을 때에는 당연히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선진경마라는 이름으로 무한경쟁을 시키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에게 생존 위협을 가합니다. 마사회는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면서도 책임을 외주화하기 위한 구조로 만들어 놓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자는 책임지지 않고 권한 있어야 할 이들은 권한을 빼앗긴 상황에서 무한경쟁을 하라고 하면 그 기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노동자들이 죽는 것은 어찌보면 불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마사회는 공공기관입니다. 공공기관은 적어도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모범적 사용자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공공기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민들이 나서서 공공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들 권리가 보장되야 내부 비리를 견제할 수 있고 노동자 삶이 안정돼야 제대로 일할 수 있습니다. 고 문 기수는 내부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그 문제를 폭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왜곡된 구조를 꼭 바꾸고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부탁드립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시민들이 나서 질책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꼭 함께 하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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