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철 풍산화동양행 대표, "한국은행 현용주화세트, 소장가치 충분"
[인터뷰] 이제철 풍산화동양행 대표, "한국은행 현용주화세트, 소장가치 충분"
  • 정성화 기자
  • 승인 2020.04.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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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철 화폐수집가 겸 풍산화동양행 대표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지난 14일 각종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666원을 3만원에 파는 한국은행'이라는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이는 올해 한국은행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발행할 예정인 '한국의 주화' 세트를 두고 네티즌들이 호기심을 드러낸 것으로 네티즌들은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오를 것 같다", "3만원은 너무 비싸다", "케이스 값이 2만원이 넘네", "시중에서 구할수 없는 1원·5원 동전이 있어 갖고 싶다" 등의 다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발행·판매하는 '한국의 주화' 세트는 1·5·10·50·100·500원짜리 등 6종의 동전 1개씩으로 구성되며 액면, 도안, 모양, 소재, 지름, 무게 등이 현용주화와 똑같다. 다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프루프(Proof)의 제작방법에 준해 특수한 가공처리와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 제조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주화' 세트의 총 액면가격은 666원이지만 판매가는 3만원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싸다", "수집 가치가 있다" 등의 설전이 오가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잘 알기 힘든 화폐 수집의 세계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화폐전문가이자 국내 화폐 전문기업 풍산화동양행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제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제철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한국은행에서 창립 70주년 맞아 일반 국민들에게 판매하는 '한국의 주화' 세트에 대중들의 관심이 많다. 해당 주화 세트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의 주화를 홍보하거나 기념품의 목적으로 유통 중에 있는 동전을 한데 모아 주화 세트를 해마다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민트(mint) 세트라 한다. 이 민트 세트를 한국은행은 현용주화세트 또는 ‘한국의 주화’ 세트라고 명명해서 부르고 있다.

현용주화세트(한국의 주화)는 매년 발행·판매하고 있지만, 올해는 한국은행 창립 70주년이고, 주화 제조 품위 등급 중 최고 품위에 해당하는 프루프(Proof)급의 제작방법에 준하여 고품질로 제조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프루프 현용주화세트는 1982년에 2천 세트를 발행한 것이 유일하다. 1982년은 500원 짜리 주화가 처음 나온 해였다. 그 전에는 500원은 지폐가 쓰였다. 최초로 500원 짜리 주화가 나오자 한국은행은 이를 알리고 기념하기 위해 증정용으로 2천 세트를 발행했다.

프루프 주화는 주화의 바닥면은 거울같이 반짝이면서 광택이 난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도안부분은 무광처리 되어 확 돋아져 보인다. 수작업으로 하나의 소전에 여러 번 압인하면서 미세한 자국이나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제조된다.

실제로 보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동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은한 광택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1982년 발행된 한국은행 현용주화세트

-액면가격인 666원보다는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의 주화' 세트는 어느 정도 가치를 갖는 것인가.

1982년 현용주화세트는 현재 시가가 약 800만원 정도다. 1982년은 500원 짜리 주화가 처음 나온 해이고, 프루프 주화이면서 외국 은행이나 귀빈 증정용으로 2천 세트 밖에 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판매하는 현용주화세트는 발행량이 총 7만 세트라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작년에 14만 세트가 발행됐음에도 전부 매진됐고, 이미 과거의 현용주화세트도 가격들이 많이 올라가 있다. 

이번 현용주화세트는 1982년 이후 오랜만에 프루프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소장하기도 좋고 선물로 주기도 좋다고 생각한다. 프루프주화 세트는 외국의 경우에도 가격이 최소 50달러 이상은 받는다. 3만원이라는 것은 결코 비싼 것은 아니다.

또 외국 친구들에게 화폐를 선물하면 아무리 666원이라도 돈이기 때문에 버리는 거나 함부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화폐는 그 나라에 대해 알리기 좋고 보관성이나 소장가치가 가장 좋은 선물이다. 
 
-화폐수집에 단순한 취미활동보다 채권이나 주식처럼 투자로 접근하는 분들에 대한 생각은.

화폐수집은 취미가 되어야지 투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가치만을 좇으면 오래할 수 없다. 화폐수집의 가장 큰 기쁨은 돈을 벌었다는 기쁨보다도 무언가를 내가 완성시켰다는 기쁨이 가장 크다.

화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전한 취미로 즐기다 보면, 이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도 한다.

1998년 현용주화세트는 현재 약 38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1998년 만들어진 500원 동전이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는데 1998년에 한 해동안 생산된 500원 짜리 동전은 당시 현용주화세트에 딸려 유통된 8천개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범국민적으로 동전 모으기 운동이 진행돼 한국은행이 500원짜리 동전을 대량 환수하면서 동전이 차고 넘쳤고 결국 그 해에 500원 짜리 동전은 현용주화세트용 8천개만 발행했다.

1998년 직전 2개년인 1996년에는 1억2천200만개, 1997년 6천200만개가 각각 발행됐으니, 8천개라는 숫자는 매우 적은 것이다.

당시에 큰 돈을 벌 목적으로 1998년 현용주화 세트를 구매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순수한 수집의 목적으로 취미 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과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과 손자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어 한국의 화폐를 수집했다. 사실 한국 화폐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제일 돈이 안 된다. 발행량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늦게 올라가는 편이다. 한국 화폐를 사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 해주고자 모으기 시작했는데 모으다 보니까 현재 꽤나 가치가 올라있다.

자손들에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평생 동안 수집한 화폐 컬렉션을 물려주는 일은 매우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자식들에게 나의 컬렉션을 물려주면서 “정말 살다가 먹고살 형편이 어려워지면 팔되, 그렇지 않으면 잘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 대(代)에 전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몇 대(代)를 걸치면 큰 자산이 되어 있을 것이다.

1998년 발행된 한국은행 현용주화세트

-어떤 화폐가 수집·보유 했을 때 잠재적인 가치가 큰 가.

화폐라는 게 워낙 많은 종류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화폐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 화폐는 우선 쉽다. 또 우리나라 화폐 시장이 크지 않다.

향후 상대적으로 화폐수집인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우리나라 것이 제일 접근하기 좋고 가격도 빠르게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화폐수집은 취미가 되어야지 투자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나온 돈을 다 모을 수는 없다. 본인이 수집하고 싶고 좋아하는 분야를 정해서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좋다.

만약 환급성을 고려한다면 금화나 불리온(bullion) 주화를 추천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현금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데, '현금없는 사회'가 되면 화폐수집은 없어지는 것인가.

지난 2016년 한국은행이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오히려 현용주화세트가 인기를 탔다. 동전이 곧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하자 대중들의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현금없는 사회'가 가속화 되면 오히려 많은 사람이 화폐를 소지하고 들고 다닐 때보다 실물 화폐의 가치가 오를 것이고 발행량이 줄기 때문에 수집가들의 수집활동은 더 활발해 질 것이라 본다. 디지털 화폐가 실물 화폐의 화폐적 기능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문화적·역사적‧디자인적 가치와 기능은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화폐만큼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좋은 수단은 없다. 

500원 짜리 동전이 나온 것이 1982년도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학'이 도안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학이 도대체 우리 민족과 무슨 큰 연관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중앙은행이 주화의 디자인적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의 25센트 짜리 동전인 1쿼터에는 각 주마다 각주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도안이 새겨져 있다. 미국 아이들은 쿼터 컬렉터 맵을 사서 이를 모은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주화에 각 도 별로 디자인을 다르게 하거나, 새로운 인물·문화재·자연들을 활용하거나 등 무엇이든 좋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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