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사회에서 최종 불수용 결정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조위 배상 권고 5개월 넘게 미뤄
"금융당국과 사법기관 판단을 받은 과거의 일이라는 판단" 해석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문제가 대부분의 은행들이 거부하면서 우리은행의 나 홀로 배상으로 끝났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DGB대구은행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배상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배상 권고 이후 조정안 수용을 5개월 넘게 미뤄오다 내린 결정이다.

신한은행은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지난 5일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장기간의 심도깊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불수용을 결정했다"며 "다만 자율배상 대상 업체에 대해서는 은행간 협의체의 참여를 통한 성실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민감한 사안인 탓에 구체적인 거부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은 과거의 일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통해 키코 사태 발생 11년 만에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분쟁조정안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키코 피해기업 4개 업체에 대해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이 총 255억원의 배상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배상 권고를 받은 은행 중 우리은행만 피해기업에 대해 배상을 완료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지난 3월 금감원에 분쟁조정안 수용 거부의사를 전달했다.

분쟁조정안은 법적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으로 은행이 불수용하면 그대로 끝난다. 다만 일부 은행들이 자율협의체를 통한 대응 및 배상에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 배상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협의체 참가를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 적정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주도로 시작된 키코 피해기업과 은행들의 화해국면이 큰 소득 없이 마무리 되면서 향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키코 피해기업을 대표하는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우려했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며 "은행들의 기만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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