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생계유지와 구직활동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기금
구직급여 등 실업급여 사업과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사업 수행
올해 12월 10일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 실업급여 지출 급증 예상

 

[FE금융경제신문= 최원석 기자]  고용보험기금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갈될 것이란 정부의 자체 추산이 나왔다. 실업급여(구직급여) 재원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지속되는 데다 특히 올해 말부터 예술인 등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영향 때문이다. 

1일 뉴시스가 국회 예산정책처가 고용노동부 제출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2021년도 예산안의 '고용보험기금 수입 및 지출 계획안'을 보면 내년도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3조3215억원 적자가 예상됐다.

이는 내년도 고용보험기금 예상 수입(15조3499억원)에서 지출(18조6714억원)을 뺀 것으로,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내년도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정부의 추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 생계유지와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기금이다. 주로 구직급여 등 실업급여 사업과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사업을 수행한다. 주요 수입원은 근로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3조2639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급증한 데다 정부가 1인당 지급액 인상과 지급기간 확대 등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한 영향이다.

실제로 실업급여 지급액은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 5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9월까지 5개월째 1조원대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7월에는 1조188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하기도 했다

급격한 실업급여 지출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는 올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쳐 일반회계 전입금(정부 내부수입)을 당초 5802억원에서 1조1502억원으로 5700억원 증액했다.

여기에 사상 처음으로 공자기금 예수금(차입금)으로 고용보험기금 사업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공자기금은 연기금 등 공공자금의 여유자금과 국고채 발행자금 등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이다. 사실상 '나랏빚'으로 고용보험기금을 보전한 셈이다. 올해 차입금만 총 4조6997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해 고용보험기금은 3조2639억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공자기금 차입금이 없었다면 무려 7조9389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터였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누적 적립금이 7조3532억원이었던 만큼 이미 올해 말께 소진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2018년 말 10조원에 달했던 누적 적립금은 올해 말 4조894억원으로 '반토막'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고용보험기금에서 3조3215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지속되는 데다 특히 개정 고용보험법 시행으로 올해 12월10일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지난 5월 국회를 우선 통과했으며, 정부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14개 직종에 대해서도 연내 통과를 목표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예술인의 경우 기존 임금 근로자와 달리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요건이 이직(퇴직) 전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 납부인 만큼 내년 9월 이후 실업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고는 24개월 중 12개월 이상이다.

이에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기여 기간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재정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들의 실직 가능성이 근로자에 비해 높을 경우 실업급여 지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예상되자 정부는 일단 내년에도 공자기금으로부터 약 3조2000억원을 차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고용보험기금 적자 규모는 3조3215억원에서 2559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향후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내년뿐만 아니라 2022년 2조원, 2023년 4조5000억원, 2024년 5조1000억원 등의 공자기금 차입금으로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그러나 차입 규모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도 미비할 뿐더러 부채 상환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이 수립되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자기금 차입금은 재원을 조달해 상환해야 하는 만큼, 향후 보험료율 인상으로 이어져 근로자 등 고용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향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해소된다해도 장기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대상 확대와 공자지금 차입금 상환 등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사전에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 관리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 정립 배율도 적정 수준으로 달성함으로써 고용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여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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