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 무산 이후 5대그룹에 인수타진
HDC현대산업개발-금호그룹·아시아나항공, 계약금 놓고 법적다툼 전망

최대현 KDB산업은행 부행장이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최대현 KDB산업은행 부행장이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KDB산업은행 제공)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이후 5대그룹 등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들 그룹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산은은 현산과 노딜이 확정된 이후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확인하고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한 뒤 양사를 통합하는 시나리오를 최종 선택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6일 오전 진행된 '산은 주요 이슈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로 한진그룹이 선정된 것울 두고 "지난 9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최종 무산된 뒤, 한진그룹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며 "5대 계열 그룹과 항공업을 하는 다른 그룹사에도 의사를 타진했지만, 다들 관심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 부행장이 언급한 국내 5대 그룹을 삼성·현대·SK·LG·롯데그룹 등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을 하는 다른 그룹사로는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 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아시아나항공의 과도한 부채 등의 이유로 인수에 큰 매력을 못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291%에 달한다. 자본잠식률이 56.3% 수준이다.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이상 50% 이상이면 상장 폐지까지 심사된다.

최 부행장은 "현산과 아시아나항공 협상이 난항을 겪고 코로나19 위기가 더 심화하면서 매각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해왔다"며 "국내 항공산업 위기 극복과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을 위한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한진그룹과 뜻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하고 현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산은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하고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에 계약금 25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납입했다. 하지만 현산이 유상증자와 인수대금 납입을 연기하고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자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은이 현산이 더이상 인수 의지가 더는 없다고 판단, 계약 해지를 통보해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한편, 현산이 지급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2500억원을 놓고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현산은 법적 다툼을 치를 전망이다

현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 13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제기한 질권소멸통지 등 청구소송의 소장을 송달받았다"며 "이에 대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일 현산이 에스크로 계좌에 계약금 명목으로 입금한 2177억원을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제3자인 은행의 감시하에 묶여있는 계좌로, 매매 상대방의 허락이 있어야 돈을 인출할 수 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현산에 계약금을 인출할 수 있게 동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산이 두 달 넘게 동의해주지 않자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현산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제기한 질권소멸통지 등 청구소송에 패소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명목으로 지급한 계약금을 잃게 된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