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영구 폐지 청원 19만명 넘어
증권업계 "호가 방식의 한 갈래일뿐"
개인·정치권 "주가 하락 부추겨"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코스피 3200선 돌파에 공매도 조치 연장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연장 후 한 번 더 연장하게 되면 공매도 금지 기간은 1년을 넘기게 된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증시 과열 및 버블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연장으로 가닥이 잡힐 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공매도 관련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개인 공매도 투자 기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시장조성자의 일부 예외 적용 사항에 대해서도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제도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거대한 집단으로 자리 잡은 ‘개미’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개인투자자를 위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을 시사하면서 공매도 연장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공매도 금지 청원’은 26일 기준 19만명이 청원했다.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개인투자자가 장을 주도하는 등 지수를 상승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가 호가 방식의 한 갈래일 뿐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효과는 없다고 항변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허용되는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인데, 무차입 공매도도 아닌 차입 공매도를 막는 건 과도한 선택권 제한”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증시가 거품이 꼈다는 걸 알고 있으면 적정한 가격으로 조정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난해 3월 이후 꺾인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공매도 완전 폐지론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지난해 9월 열렸던 한국거래소 공매도 공청회 당시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외국인과 기관만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가 발간한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약 3년간 신용거래량은 전체 시장 거래량의 8.69%에 달해 공매도 거래량(1.46%)보다 많지만, 신용거래 수익금은 약 233억6000만원에 그쳤다. 이와 반대로 공매도 거래 수익금은 약 9175억5000만원 수준으로, 약 40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공매도는 외국인·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신용거래는 개인투자자 대상이므로 단순 산술으로도 개인투자자의 수익 규모가 공매도 주체의 수익 규모보다 적다는 점이 조사결과 드러나면서 폐지론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뿐 아니라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거래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성자란 단기적 가격변동이나 수급상황의 변동을 이용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자기계좌 거래를 활발히 하는 거래인 또는 거래회사를 말한다. 증권거래소의 스페셜리스트와 장외거래시장의 딜러들이 속한다. 증권사의 트레이딩 매매 등이 시장조성자의 거래에 포함된다.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는 부분은 시장조성자에게 주어지는 권한이다. 앞서 한국거래소에서 2017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22개 시장조성자의 거래내역을 점검한 결과, 무차입공매도와 업틱룰(uptick rule)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무차입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인 차입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팔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업틱룰은 주식 공매도 시 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한 규정으로, 시장거래가 가격 밑으로 매도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로서는 정치권과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폐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공매도 재개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은 공매도 재개를 두고 금융위 소관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지만, 현재로서는 연장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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