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매뉴얼 여러차례 지적에도 고쳐지지 않아
쏘카 이용하다 도돌이표 매뉴얼에 피해사례 잇따라

 

[금융경제신문=권경희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13세 초등학생을 불러 차량공유업체인 쏘카 차량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뒤 달아났던 30대 남성이 10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쏘카 측이 경찰의 성폭행 용의자 관련 정보 요구를 거부하고 담당자 부재 등의 이유로 해당 정보를 늑장 제공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0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1시쯤 충남 서산경찰서에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30대 용의자 A씨는 지난 6일 오전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B양을 충남 한 지역에서 만나 차에 태워 경기도로 데려간 뒤 성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의 부모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 받은 경찰은 차량 번호를 추적했다. 범행 차량은 신고 3시간 뒤인 오후 2시쯤 경기도 차량 공유업체 쏘카 차고지에 주차했다. 방범카메라(CCTV) 분석 결과 A씨는 차고지에서 1시간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B양을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일 오후 6시반쯤 A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쏘카에 정보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쏘카 측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거절했다. 대신 “영장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다음날인 7일 저녁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쏘카에 제시했다. 그런데 쏘카는 당시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다음 날인 8일에야 성폭행 용의자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

자신의 집에서 B양을 재운 A씨는 7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일산에 B양을 내려주고 달아났다. A씨는 B양과 헤어질 때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지우고 “너희 집 주소를 안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발견돼 집으로 돌아간 B양은 부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아이를 검사한 병원에서도 같은 소견이 나왔다.

피해 아동 부모는 성폭행 피해가 지난 6일 오후 8시쯤 발생했고, 경찰은 그보다 1시간 30분 앞선 오후 6시 30분쯤 쏘카에 연락했는데 쏘카측이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피해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A씨를 실종 아동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B양을 성폭행한 사실이 확인되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10일 오전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중이며, 강제로 납치했는지 등 구체적인 혐의는 더 조사를 해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쏘카 내부 규정에는 ‘영장이 없더라도 위급 상황의 경우 공문을 받으면 경찰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예외사항으로 경찰 요청 시 공문을 접수하면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으나 고객센터 직원이 오판했으며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쏘카는 10일 오전 박재욱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사과했다. 박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이용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 협조 요청에 신속하게 협조하지 못한 회사의 대응과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쏘카 이용자 정보를 요청할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내부 매뉴얼에 따라 협조해야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신속하게 수사에 협조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차량을 이용한 범죄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력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와 현장 범죄 상황의 수사 협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책임 있는 전문가와 협의해 재정비하고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박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쏘카의 답답한 대응 매뉴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향후 제대로 대응할 지 미지수다. 지난해도 차량 접촉사고 피해자가 회사측에 블랙박스 공개를 요청했지만 쏘카가 블랙박스 공개를 거부해 과실비율을 못 따졌다는 호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쏘카 고객센터는 로봇이 답변하는 것 같고 답답한 매뉴얼 대응방식으로 도돌이표 대응만 해 억장이 무너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