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논란...플랫폼 업체, 소비자 피해 책임 강화
네이버·쿠팡 등 96만개 업체에 적용...“디지털경제 퇴행, 시대착오적 법안”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전진홍 기자] 앞으로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하다 피해를 봤을 때 입점업체 뿐 아니라 플랫폼 운영 업체도 함께 배상해야 한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서 거래하다 분쟁이 발생하면 중개업체가 판매자 신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대금 수령·환불 등의 업무를 하며 고의·과실로 소비자에 손해를 끼칠 경우 입점업체와 배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했다. 광고 여부도 분명히 표시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광고 제품을 순수한 검색 결과로 오인해 물건을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과 쿠팡·11번가 등 오픈마켓, 배달의민족·야놀자 등 배달·숙박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쇼핑몰 등 96만개 이상 업체가 개정법을 적용받을 것으로 본다. 아마존·알리바바 같은 해외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플랫폼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졌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플랫폼도 책임을 지게 하면서 소비자 피해구제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T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네이버가 회장사를 맡은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국내 1500여개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해당 개정안을 “디지털 경제를 퇴행시키고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착오적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개인 간 거래에서 분쟁이 생겼을 때 플랫폼 업체가 판매자의 실명·전화번호·주소 등 신원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두 단체는 입장문에서 “개인에게 분쟁 해소의 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국내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그 어떤 개인 간 거래 플랫폼도 판매자의 주소 등 세세한 신원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판매자 정보를 제공한다고 분쟁이 원만히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구매자가 판매자 집을 함부로 찾아가는 등 분쟁이 격화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상당히 커서 이번 주 중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책임 강화가 수수료 인상 등 입점업체로의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사실상 쇼핑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인스타그램 등 해외사업자는 규제하지 못할 것이란 점도 국내 플랫폼업계의 우려다. 국내 한 쇼핑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는 해외사업자도 개정안 적용 대상이라고 하지만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해놔 해외사업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며 “역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입법예고 기간 중 이해관계자,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40일)에 관계 부처 및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14일 이후 국회에 제출된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