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STM 일부 서비스 중단
하나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의 일반펀드 및 개인연금펀드의 신규·리밸런싱·진단 거래 일시 중단

KB국민은행 스마트텔러머신(STM)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지난해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국회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금융권이 아직 준비가 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소법이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대폭 강화되고 금융회사들의 의무가 많아지는 만큼, 기존 판매절차 재수립과 전산시스템 구축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금소법 시행에 따른 업무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이유로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한 '입출금 통장 신규' 서비스를 25일부터 4월 말까지 한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 기간 동안은 STM를 통한 '입출금 통장 신규'가 포함된 '원클릭 신규 패키지' 거래도 중단되며 해당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또는 영업점 창구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STM은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로 영업점 창구를 찾지 않아도 신분증 스캔, 바이오인증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고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대부분 창구업무를 이용할 수있다. 기존 ATM(현금자동입출금기)보다 진화한 새로운 무인 금융서비스 수단이다.

금소법 시행 이전에는 약관이나 상품 설명서를 보여주고 넘어갔지만 금소법이 시행되면 상품 설명서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KB국민은행은 업무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서비스의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금소법 시행령은 설명서 제공 방식을 서면 외에도 이메일, 문자메시지까지 규정하고 있어 STM 이용 고객에게 이메일로 상품설명서를 제공하는 형태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도 딥러닝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의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5월 9일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으로 하이로보 펀드 서비스의 전반적인 개편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면 "이에 따라 하이로보 일반펀드 및 개인연금펀드의 신규, 리밸런싱, 진단 거래가 일시 중단된다"고 밝혔다.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고 이를 어길 시 판매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강한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소비자의 권리는 대폭 늘어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금소법 시행 전보다 규제와 처벌이 강화돼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금소법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펀드(DLF)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르자 지난해 3월 국회를 본회의를 통과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 25일 본격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금융권은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17일에서야 감독 규정을 발표하고 아직 시행세칙도 나오지 않자 금융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이에 당분간 금융사들이 법률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서비스를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 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하고 제도를 개편할 시간적 여유가 너무도 부족했다"며 "아직 시행세칙이 나오지 않아 현장의 부담이 크고 여전히 모호한 점이 많아 금융사 현업 직원들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감독당국은 건의사항 청취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이날 은행, 생명보험사 등 금융회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들과 비대면 화상간담회를 갖고, 금소법 시행에 따른 금융회사의 애로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화상간담회에서 김 처장은 "금소법이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금융업계와 합심해 시행에 만전을 기해줬으면 한다"며 "금소법 안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약 3주 간에 걸쳐 다양한 금융업권의 CCO들과 상호 소통하기 위한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26일에는 손해보험사, 30일에는 금융투자사 CCO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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