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 발표 이후 첫 이사회 개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27일  서울시 종로구 씨티은행 앞에서 이사회를 앞두고 소비자금융사업 매각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사진=한국씨티은행 노조)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국내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접겠다는 방침을 밝힌 한국씨티은행이 비공개 이사회를 열고 출구전략 논의에 본격 들어갔으나 첫 회의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27일 이사회 열고 소매금융 출구전략 첫 논의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한국씨티은행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씨티그룹의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국내 소매금융 출구 전략에 대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이사회는 몇 차례 더 회의를 열어 출구전략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유명순 은행장), 기타비상임이사 1명(비샬 칸델왈 씨티그룹 아태지역 프랜차이즈 회계담당임원), 사외이사 4명(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민성기 전 한국신용정보원장,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민주 전 BNK금융지주 부사장) 등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유명순 은행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비샬 칸델왈 씨티그룹 아태지역 프랜차이즈 회계담당임원이 이사회 멤버인 만큼 본사인 씨티그룹과의 소통을 담당한다.

앞서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발표에서 "한국을 포함한 호주, 중국, 대만 등 13개국에서 소매금융에 대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이날 열린 이사회는 소매금융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된 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렸다. 다만 당초 금융권에선 출구전략 발표 이후 처음 열리는 이사회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사업부문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이사화에서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권에선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관련 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철수 등 3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한국씨티은행의 선택지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많이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되는 방식은 우선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의 각 부문을 분리해서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통매각보다는 사이즈가 작아져 매수자를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통째 매각하는 통매각 방식도 2014년 씨티그룹이 일본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부문을 매각할 당시 일본 내 9개 은행에 개인금융 분야의 양도를 타진했고 그중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이를 인수한 사례가 있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등 은행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 현시점에서 통매각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우세하다.

마지막으로는 매각이 어려울 경우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방식이다. 지난 2012년 HSBC은행이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 승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하자, 결국 이듬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고용문제는 어떻게? ... 노조 투쟁 돌입

문제는 소매금융 관련 인력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미국 본사의 철수결정 발표 이후, "뉴욕본사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이사회를 앞두고 전 직원 고용 승계 및 근로 조건 유지와 매각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진창근 노조위원장은 "이번 한국시장 철수는 한국 직원의 잘못이 아닌 뉴욕 본사의 경영 책임에 기인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씨티그룹 신임 CEO 제인 프레이져는 막대한 비용의 시스템 개선 대신에 ‘유럽.아시아지역 13개국 소비자금융 매각’이라는 졸속적이고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려 그 책임을 4~5만명의 해당 국가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금융 철수로 인한 고객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며, 자칫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23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통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노조 측 입장과 면담을 요구하는 공식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은 지난 1967년 국내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총자산은 69조5000억원, 총여신 24조3000억원이며 35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 소매금융 인력이 939명, 총 점포 43개 중 소매금융 점포는 3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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