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박일규 기자] 지난 11일 서울시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안을 제출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를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정비사업 건축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시는 설계사무소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해 조합원, 주민 등을 현혹했다고 지적했다.

희림은 압구정3구역을 전 가구 한강 조망과 함께 한강변 인근 최고 70층 높이의 건물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설계안을 내놨으나 설계안은 용적률 360%를 전제로 가능한 것이었고 신통기획안(신속통합기획)의 용적률 최대한도인 300%를 초과해 공모 지침 위반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가 설계 공모와 관련해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칼을 빼든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오세훈표 신통기획에 제동을 걸릴 수 있는 싹을 초기부터 근절해 버리려는 본보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난무하다.

'신통기획'이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이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을 말한다. 정비계획수립은 주민과 자치구가 함께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계획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는 희림의 설계안이 수주만 따내면 그 뒤는 사업지연이 되든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설계도면이라고 판단해 민간업체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희림 측은 법적상한용적률을 초과 제안한 이유에 대해 친환경 등 항목 적용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감안했고 이를 적용할 경우 기존 법적상한용적률을 넘을 수 있다고 서울시의 질의회신을 받은 점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서울시가 민간사업에 대해 민간업체를 고발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행정조치는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14일 압구정3구역의 공모 절차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총회에서 설계사 선정을 두고 투표를 진행한 결과 희림이 당선됐고, 희림은 신통기획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용적률도 300%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시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도 이례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가 선정된 것도 설계능력을 막론하고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더라도 우선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식의 사업자 측과 그간 ‘민간사업이라 관여하지 않는다’며 눈감아주는 일이 빈번했던 서울시의 관행이 초래한 결과다.

양측의 대립은 이제 명분 세우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추후 인허가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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