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 인터뷰
ESG 공시 의무에 따른 대비 전략 시급
ESG 경영, 이제는 사활의 문제로 인식해야

[금융경제신문=이지현 기자] “지금은 탄소 비상 시국입니다. 현장 에너지·환경 전문가들의 산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현실적 포트폴리오 구축, 공시 및 회계 전문가들의 고도의 절차적 대응 체계 수립, NGO단체들의 열정을 기반한 기후 행동 확산, 그리고 이를 모두 담아 하나의 정책으로 만들어 낼 정부의 뛰어난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박희원 대표의 말이다.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넷제로 솔루션 제공 전문기업인 넷제로홀딩스그룹 박희원 대표를 만나 ESG 공시 의무에 따른 현실 인식과 대처 방안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미국 등 주요국은 ESG 공시 제도를 최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우리나라 경제는 상품의 수출·수입과 같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많은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을 중심으로 글로벌 ESG 공시 표준화 논의가 한창이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맞닥뜨릴 상황이 밝지 않다는 전망이다.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 (사진=이지현 기자)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 (사진=이지현 기자)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사업장 단위의 탄소 배출을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CBAM 시행 이후에는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에 대해 신경써야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ESG 정책, 탄소중립 정책 모두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같은 정책적 대응이다. 박 대표는 “정부가 문제를 깨닫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자국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특히 박 대표는 OECD 국가 중 한국의 신재생 발전 점유율이 꼴찌를 기록했고, 신재생 발전 총량으로는 몇몇 탄소 대배출 기업을 상쇄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SG기후공시와 CBAM 같은 탄소국경세 모두 과학기반목표이니셔티브(SBTi)라는 규범의 틀에 의해 움직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아닌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이라는 글로벌 금융에 의해 주도되는데다 마치 '탄소 연좌제'라 부를 만큼 공급망 내 협력업체까지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입니다."

박희원 대표는 직접 수출을 하지 않는 기업이나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대기업의 공급망 속에 있는 협력업체이거나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투자를 받은 기업이면 모두 단계별 탄소 감축 목표를 정하고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금융 쓰나미급 문제를 대부분의 기업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자원공학을 전공했고 특히 석유 등 요즘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지목받는 화석연료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국책 연구소에 있다가 한국의 금융 규모에 비해 에너지자원 분야 투자가 많이 뒤떨어진 것을 체감하고,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투자와 기술 전문 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넷제로홀딩스그룹은 ESG 공시 의무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대한 다양한 해법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탄소중립 요구가 거센 최근 상황에서 기업이나 단체에 요구되는 ESG 경영과 탄소 상쇄 등 다양한 대처 방안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속초 등 지자체 탄소 중립 자문, 중소기업의 RE100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투자 기관과 협력해 기업의 탄소 상쇄를 위한 탄소 상쇄 전문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속초시와 인연을 맺고 속초시 공무원분들을 대상으로 한 탄소전략 강연을 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속초는 인구 8만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매년 2000만 명 가까운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도시라 사실 관광객이 유발하는 탄소가 만만치 않기에 이제 지자체도 탄소중립에 직접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 나누게 됐고, 이제 몇몇 분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탄소중립 이해도와 정책적 마인드를 갖게 되셔서 나름 보람도 있습니다.”

탄소감축 위한 솔루션 제공에 '앞장'... '탄소 생쇄 펀드' 준비 중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박 대표는 "정부에서 이산화탄소를 상쇄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고 여러 협회들이 재정을 모아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에 수출할 때 탄소를 상쇄하지 못하면 앞으로 수출이 안 되고, RE100으로 안 만들면 수출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100은 글로벌 캠페인으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RE100캠페인에 부합하는 신재생 전기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탄소 배출 저감 해법을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으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고 말했다.

“투자 과정에서 소위 주요 탄소 배출 사업인 석유, 가스 개발자들과 교류하며 이들이 반대로 탄소 흡수나 배출 저감 분야 투자도 가장 적극적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또 글로벌 시장의 탄소 중립에 대한 엄중한 상황들도 목도하면서 이제 시각을 좀 더 넓혀 ‘한국의 넷제로와 탄소중립 분야도 이 분야 선진국 수준으로 대응하도록 바꾸자’는 비전을 갖고 사명도 에너지홀딩스그룹에서 넷제로홀딩스그룹으로 바꿔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최근 넷제로홀딩스그룹은 베라(Verra) 레지스트리 자격을 취득했다. 베라는 골드스탠다드(GS)와 함께 세계적인 자발적 탄소배출권 발급 기관으로 전세계 자발적 탄소 시장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엄격한 자격 검증(KYC)을 통해 레지스트리 등록을 진행한다.

이에 넷제로홀딩스그룹은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 상쇄 활동에 베라가 발급하는 탄소배출권(VCS)의 판매를 대행하고,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등록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럽 수출 공급망 기업은 당장이라도 RE100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REC확보, 녹색프리미엄 등 제도를 활용한 대비, 공장 유휴부지를 활용한 중소규모 신재생 직접 사업을 통한 탄소중립 전기 사용, 그리고 원자재, 부품 소재 부분에서 적극적인 친환경 저탄소 재료 도입선 구축 및 확보, 전사적인 탄소 저감 활동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한국은 아직 제도적 미비점이 많고 기술도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상황인 만큼 덴마크, 독일 등 바이오차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배출권 발급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수출 기업 RE100 대응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차는 사실 유기성 폐기물이라면 모두 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목재, 축분 뿐 아니라 음식쓰레기, 하수, 옥수수 껍질, 그리고 수산 부산물 모두 원료로 가능하며, 다만 만들어진 바이오숯을 농업용 비료로 사용시에는 염분을 미리 고려해 탈염 공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ESG 정책 전문가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정책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가령 신재생 사업은 나름의 기술적 난점, 행정적 어려움, 현지 진행과정상의 어려움 등 다양한 도전들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너무 이상적인 정책만 나올 수 있다"라며 "에너지 믹스에 대한 통찰이 없는 이가 정책을 만들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이기주의적이고 왜곡된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ESG 공시 전문가 역시 이 같은 실무적인 이해가 없다면 단순히 행정 처리 기법에 대한 해법만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들의 넷제로 해법 마련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미 테트리스 사업가로 유명한 행크 로저스와 그의 기후재단인 블루플래닛재단 등 글로벌 기업 단체들과 연대 활동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환경에 선한 영양력을 주고 확산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탄소 통상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힘을 주고 넷제로 해법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 문제에 대해 국가와 기업이 적극적인 문제 파악과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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