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TCRK 에너지 대표 인터뷰

[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시멘트는 고전적인 결합재료다. 물과 섞이면 단단해지는 성질 때문에 건설자재의 주원료로 쓰인다. 시멘트에 물을 붓고 풀처럼 갠 후에 골재(자갈, 모래 등)를 혼합하면 '콘크리트'가 된다. 그런데 최근 건설업계에 이 콘크리트가 화두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 재료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포집한 CO2를 어떻게 저장하고 처리할 것이냐 하는 겁니다. 저희는 포집된 CO2를 CaCO3 형태로 100년 이상 저장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TCRK 에너지 김병철 대표의 얘기다. CaCO3(탄산칼슘)은 석회석을 뜻한다. 이 석회석이 바로 시멘트의 주 성분이다. 한 마디로 CO2를 활용해 시멘트를 만든다는 것이고 이것이 상용화되면 다량의 CO2를 시멘트 및 콘크리트화 해서 건축물 내지 땅속에 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100년 이상 격리가 가능하다.

TCRK 에너지는 영국과 한국, 모잠비크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소(LAB)다. 최근 이 연구소는 국내외 여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넷제로(탄소중립) 관련 글로벌 규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에게 탄소저감 목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때문에 이 기술을 응용한 '탄소 네거티브 시멘트'에 대한 관심은 건설사 및 시멘트 기업들은 물론 굴지의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관심이 높다.

◆ 넷제로 달성 위한 '탄소 네거티브 시멘트' 대안으로 떠올라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시멘트는 포틀랜드 시멘트다. 포틀랜드 시멘트(OPC)는 1820년 탄생했지만 200년이 넘도록 강도의 변화 외에 혁신은 없었다. 기존 시멘트의 문제점은 최근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바로 CO2 배출량 때문이다. 김병철 대표는 "시멘트 공장은 석탄발전 보다 많은 CO2를 배출한다"면서 "최근엔 폐플라스틱 소각으로 폐기물 발생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생산되는 시멘트 1톤당 CO2 1톤이 배출된다. 국내 시멘트 소비량은 한 해 약 5000만톤 수준이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매년 약 1톤의 시멘트를 소비하고 있고 같은 양의 CO2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TCRK 에너지는 두 가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탄소포집 및 광석화 전환 기술이다. CCUS(Carbon-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로 알려진 기존 탄소포집 기술에 광물탄산화 기술을 더했다. CCUS는 기본적으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로부터 CO2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때 CO2를 포집하기 위한 용매가 필요하다. 현재 CO2를 잘 흡수하는 용매로 가성소다(NaOH), 염화칼슘(CaCl2), 염산(HCl) 등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들 용매 역시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현재 용매를 리사이클링 하기 위해 전기분해에 의존하고 있으나 그러한 전력 역시 이산화탄소 발생을 전제로 생산된 것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기존 기술은 CO2를 포집하기 위해 또 다른 CO2를 배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김병철 TCRK 에너지 대표. (사진=TCRK 에너지 제공)
김병철 TCRK 에너지 대표. (사진=TCRK 에너지 제공)

TCRK 에너지의 탄산칼슘 시멘트 제조공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각종 폐자원(시멘트 폐기물, 발전소 및 제철소 폐기물)으로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Ca+(이온) 소스를 확보한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포집설비(CCUS)로부터 확보한 CO2를 Ca+와 화학적 반응을 통해 CaCO3를 생성한다.

TCRK 에너지의 광석화 전환은 약산성 용액을 용매제로 불순물 피독을 줄이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동시에 시멘트의 성분인 탄산칼슘(CaCO3)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때 만들어진 탄산칼슘은 여러 조건들을 갖춰야 일반적인 강도를 지닌 시멘트로 완성될 수 있다. TCRK 에너지는 자체 개발 중인 시멘트를 '아라고 시멘트'로 명명했다.

"탄산칼슘은 같은 성분이라도 결정구조에 따라 상이한 물성을 나타냅니다. 저희의 광석화 시멘트는 이산화탄소 포집을 통해 생성된 탄산칼슘을 준안정 상태의 바터라이트(Vaterite)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후 온도와 습도에 따라 보다 안정된 아라고나이트(Aragonite)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폐자원 재활용 및 탄소배출권 등 수익모델도 '일석이조'

TCRK 에너지의 두 번째 솔루션은 바이오 시멘트다. 바이오 시멘트 역시 CO2 포집 과정에서 탄산칼슘을 만들어내는 것은 동일하나 여기에 동물성 박테리아(바실러스 균주) 내지 식물성 미세조류(남조류)를 섞는 것이 차이점이다. 박테리아는 빠른 증식으로 시멘트의 균열 부분을 자가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김 대표는 "바이오 시멘트는 구조물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스스로 치료하는 저탄소 시멘트"라고 소개했다.

TCRK 에너지 솔루션만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폐기물 재활용에 있다. CaCO3 합성에 필요한 Ca+ 소스를 다양한 산업폐기물로부터 뽑아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TCRK 에너지는 이집트 국영시멘트 공사(NCC)와 CCUS 포집설비 및 아라고 시멘트 공동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터기의 리막시멘트, 태국의 시암시멘트 등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이들은 CO2 포집 뿐만 아니라 다양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TCRK의 기술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TCRK 에너지의 기대 수익도 다양하다. CO2 포집설비 판매, 탄소 네거티브 시멘트 판매 수익, 폐기물 처리 및 유효물질 회수 수익, CO2 제거에 따른 탄소배출권 수익 등이다. 김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다양한 기업들과 폐자원을 활용한 탄소저감 시멘트 개발 컨소시엄을 통해 친환경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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