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다사다난 한국경제-증권]
SG증권 사태… 주가조작사범 탓 투자자 큰 피해
영풍제지·파두 황당한 ‘주가폭락’에 개미들 눈물
정부, ‘공매도 금지’ 투자자 보호 주가부양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를 통해 증권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투자자를 보호할 것임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를 통해 증권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투자자를 보호할 것임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제공)

◇‘SG발 주가 폭락 사태’… 주가조작세력들이 사용한 CFD가 문제

[금융경제신문=송진우 기자] 올해 4월 24일 8개 종목이 장 개장 직후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8개 종목(삼천리·서울가스·세방·대성홀딩스·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선광) 모두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사건 초기에는 ‘SG발 주가 폭락 사태’라고 일컫어졌다.

해당 종목들이 폭락한 내막에는 라덕연 대표가 운영하는 H투자자문사가 개입됐다는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투자자의 증언에 따르면, H사는 연예인들(가수 임창정 씨 등)을 위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다단계 방식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소개할 경우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주가조작세력들은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해 주가를 조종해오고 있었다. CFD란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CFD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1주에 1만원짜리 주식의 증거금률을 50%로 가정하면, 일반 주주들은 이 주식 1주를 1만원에 사야하지만 CFD로는 증거금 5000원으로 1주에 대한 권리를 얻는다. 만약 주식이 3만원으로 오를 경우 일반 주주는 1만원을 투자해 2만원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하지만 CFD의 경우 5000원으로 2만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증거금률은 증권사들이 종목별로 40~100% 수준에서 설정할 수 있어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소액의 원금으로도 수익률과 수익금 모두 커진다. 하지만 정해진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된다. 주가폭락은 특정한 계기로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증거금이 부족하게 되자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에 나서면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주가조작세력들 중 일부가 물량을 장중에 매도하면서 하한가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증권사들은 하한가 사태 이후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CFD 서비스를 일시중단했다. 금융당국도 CFD와 전문투자자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장 신뢰에 나섰으며, 일부 증권사는 CFD 서비스를 완전히 접었다.

당국은 문제가 된 개인전문투자자 제도의 자격 요건 강화 등에도 나섰다. 또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 여야 의원들의 비판에 CFD 계좌 3400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사에 탄력이 붙었다.

SG 사태 관련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왼쪽 세 번째)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SG 사태 관련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왼쪽 세 번째)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영풍제지’ 하한가… 키움증권, 타 증권사보다 ‘영풍제지’ 낮은 증거금률 유지

영풍제지는 시세조종 의혹을 받아온 종목으로 올해 들어 700% 넘게 급등한 뒤 연이어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26일 거래가 재개된 영풍제지는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직행했다. 주가는 거래 정지 직전(3만3900원)보다 10분의1(4010원)로 크게 줄어들었다. 영풍제지는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10월 18일 장 마감 후 거래가 정지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발 8개 종목 주가급락 사태 발생 이후 유사한 유형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대해 집중 점검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약 4934억원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다른 증권사보다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낮게 유지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이후인 10월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하면서 조기 진화에 나섰다. 키움증권 측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욱 강화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업무 프로세스 개선 ▲조직개편 및 전문인력 확충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든 사항을 철저히 재점검해 보다 촘촘하게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뻥튀기 상장’ 논란 파두… 당국,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들어간다

올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파두가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자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에 나섰다.

파두는 올해 IPO 시장에서 ‘대어급’ 공모주로 주목받은 반도체 기업이다. 하지만 3분기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파두는 올해 3분기 매출 3억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약 9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약 1540% 증가했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파두는 회사 홈페이지에 낸 입장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메모리 시장 침체와 데이터센터들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관련 기업 대부분 큰 타격을 입었고 파두도 피해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자 결국 금융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IPO 공모 주관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기업 심사 과정에서 전문평가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17일 한국거래소는 상장 주관사의 풋백옵션 의무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상장규정 개정안을 통해 ‘실적 부풀리기’를 통한 상장 등 제도 악용 가능성을 방지해 투자자 보호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며 “딥테크 기업에 대한 단수평가 허용, 특례 대상 중소기업 범위 확대 등으로 유마망한 기술기업의 원활한 상장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尹 대통령 “증권시장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고 투자자 보호”

정부는 올해 11월 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공매도 시장의 투자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국내 증시를 떠났던 개인투자자들이 귀환할지 관심이 쏠렸다.

금융당국은 발표 당시 금지 기간이 내년 6월 말까지라고 언급했으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라는 조건을 달면서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공매도 전면 금치 첫날인 11월 6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66%와 7.34% 상승 마감하면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으나, 바로 다음 거래일부터 하락 전환하는 등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우리 증권시장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우리 증권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매도 금지 이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 양측에서 모두 불만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유튜브(삼프로TV)로 생중계된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에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실무 책임자들이 참석해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을 나눴다. 공매도 금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 상태다.

◇신규 상장주 가격 변동폭 확대 ‘따따블’ 가능… 공모가 대비 4배까지

올해 6월부터 신규 상장주는 특별한 제도 개편으로 이목을 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규 상장종목의 공모가를 기준가격으로 정하고 가격 변동 폭을 공모가 대비 60~400%로 변경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상장 첫날 신규 종목 주가는 공모가의 63~260% 범위에서 결정됐으나, 개편된 방식으로는 이론상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를 기록하는 소위 ‘따따블’도 가능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상장 종목의 기준가격 결정 방법을 개선하고 가격제한폭을 확대해 신규 상장 당일 신속한 균형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케이엔에스는 공모가(2만3000원)보다 6만9000원(300%) 뛴 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규 상장주 가격 변동폭 확대 제도 개선 이후 ‘따따블’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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