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시장과 연동하는 방식 필요

김대규 변호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김대규 변호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근래에 특히 사회초년생인 20, 30대에서 6~10등급의 저신용자 수가 늘고 있다. 그 숫자가 매년 수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다. 이들이 급전 조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중에 이른바 ‘주변 대출’이 있다.

미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뒤 매주 이자 또는 원금을 갚아 나가는 방식인데, 보통 30만원을 빌리고 1주일 뒤에 50만원을 갚는 ‘30-50’ 형식이 많다고 한다. 만약 일주일 안에 갚지 못하면 연장 비용이 10만원, 20만원 등으로 추가 발생해서 연 단위로 환산하면 금리가 3400%를 넘는 초고금리에 이른다. 처음에 적은 금액이라 부담없이 빌렸는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원리금이 수천만원으로 불어난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초고금리 불법 대부계약이다.

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 따르면 최고 이자율 연 20%를 초과한 부분은 무효가 된다. 이는 서민들을 과중한 빚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자는 취지다.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법대로만 해서는 돈을 빌릴 수 없을 때가 문제다.

이자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지불하는 대가이다. 이자율은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싼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릴 수 없다. 저신용자에게 시중은행의 문턱은 너무 높다. 제도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거절되기 쉽다. 법의 제한 때문에 30%, 40% 또는 그 이상을 이자로 내겠다고 해도 법 테두리 안에서 돈을 빌릴 방법이 없게 된다.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게 되고 30%, 300%는 물론 3000% 이상의 초고금리 불법 대부계약으로 인한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이렇다. 피해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불법 사금융을 엄단하는 것이다. 최고 이자율 초과, 미등록 대부업자의 불법 대부, 불법적인 채권추심 행위 등이 있다면 금융감독원 등에 신고할 수 있다. 이러한 신고 대상 행위는 모두 징역형과 벌금형의 대상이 된다. 최고 5년형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지난해 피해 신고 건수가 1만건을 넘었고 이 중 500건 정도가 수사 의뢰됐다. 또한 피해자에 대해 불법대부계약 무효 소송을 지원한다는 대책도 있다.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자가 불법 대부계약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정부기관이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직 소송 지원 건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기준금리를 통해 제도권 대출 금리의 변동을 관리한다. 비제도권의 금리에 대해서는 연 20%로 법정 최고이율을 낮추고 묶어 놓았을 뿐이다. 제도권의 시중금리가 오를 때, 연 20% 대출금리에 묶인 등록 대부업체는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빚 부담 경감의 효과보다도 저신용자의 제도권 퇴출 부작용이 크다는 진단이다.

그 대안으로써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고정할 게 아니라 시중금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도록 연동시켜서 제도권의 저신용자 수용량을 늘리자는 것이다. 논의가 필요한 대안이다.

급전 조달은 한계상황에 내몰린 사람에게는 생존과 직결된다. 절박한 때에 신용등급이 낮다고 제도권으로부터 배제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신용등급은 소득과 소비의 균형, 자산의 축적, 부채의 적기 상환 등에 대해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기책임' 원칙이 강조돼야 할 것이지만, 경기침체, 고금리와 고물가의 영향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계층을 방치할 수는 없다. 경제의 중요 축인 가계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을 서둘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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