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지난해 4월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는 취임 당시 스스로 최고청취책임자(CLO, Chief Listening Officer)를 자처했다. '월간 CLO'란 이름으로 매월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글도 쓰고 있다. 편지글에는 대표라는 권위보다 선배이자 동료로서 친근함이 엿보인다. 김 대표는 매월 1회씩 '열린사장실'도 운영 중이다. 아직까지 대면이 낯선 직원들을 위해 오픈채팅도 함께 연다. 공개적으로 휴대폰 번호도 알려주며 '툭'하고 톡 달라고 당부한다. 공공기관 대표로서 보기 드문 행보다.

김영태 대표는 스스로 '최고청취책임자'라고 칭한다. 올해도 '청취 경영'을 앞세워 혁신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김영태 대표(가운데)가 임직원들에게 신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김영태 대표는 스스로 '최고청취책임자'라고 칭한다. 올해도 '청취 경영'을 앞세워 혁신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김영태 대표(가운데)가 임직원들에게 신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김영태 대표가 임직원과의 '소통'에 힘쓰는 이유는 뭘까. 새로운 조직문화가 자리잡히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다. 올해도 김 대표는 '청취 경영'을 내세웠다. '청취는 혁신의 시작'이란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임직원들도 김 대표의 행보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차츰 적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종종 휴게실을 찾아 동료들과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네고 또 듣는다"라며 "가능성도 보이고 장벽도 보인다"고 말한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 대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신년사 형식에서 벗어나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글 스타일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부하 직원에게 '해야 한다'가 아닌 동료로서 '해 봅시다'라고 썼다.

김 대표의 목표는 혁신을 통해 공기업의 관성을 벗고 벤처스타일로 재무장하는 것이다. '같은 일도 다르게' 해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그 출발점은 바로 '청취'하는 데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혁신의 방법론으로 '청취⇒실행⇒성과의 선순환'을 제시한다.

◇ ‘툭’하고 ‘톡’주세요... 공기업 '탈피', 벤처스타일로 변신

코레일유통은 부서별 신년 업무계획 보고를 2~3개 부서 합동으로 진행했다. 부서 전원이 참석해 대표이사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실무자가 직접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실무자가 직접 대표이사에게 본인의 업무 관련 제안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보고서는 줄이고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직접 정보도 공유했다.

매월 1회씩 운영하는 '열린사장실'도 김 대표의 벤처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열린사장실'은 신청한 직원과 직접 미팅하는 자리다. 아직 대면이 낯선 이들을 위해 무기명 오픈채팅도 병행하고 있다. 사장실 내부는 대나무숲 콘셉트의 미술작품들로 꾸몄다. 이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나무숲을 상징한다.

김영태 대표는 공기업의 경직된 문화를 벗고 벤처스타일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김영태 대표는 공기업의 경직된 문화를 벗고 벤처스타일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김 대표가 지향하는 벤처스타일의 조직문화는 '주니어보드'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주니어보드'(Junior board)란 차장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청년중역회의를 뜻한다. 김 대표는 직접 주니어보드 직원들과 브라운백미팅(간단한 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을 통해 자율복장제, 사업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율복장 근무를 시행하는 등 공기업의 경직된 문화를 벗고 유연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CEO 강연 및 타운홀 미팅 등 내부 소통에 의한 혁신도 지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에서 인생 이야기와 더불어 직업의식과 삶의 태도, 혁신의지를 전했다. 기관 최초로 경영실적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한 '타운홀 미팅'도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 '공공유통'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핵심은 '연결과 확장'

지난 한 해 김영태 대표가 바라는 혁신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코레일유통은 기존 공공유통업의 이미지를 벗고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고객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연결과 확장에 있다.

본래 코레일유통은 공간 운영자다. 코레일은 수송을 담당하지만 코레일유통은 역사(驛舍) 공간의 일부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의 고민은 철도역사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이냐다.

김영태 대표는 철도역사를 모빌리티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여행플랫폼 '야놀자'와 MOU를 체결한 모습.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김영태 대표는 철도역사를 모빌리티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여행플랫폼 '야놀자'와 MOU를 체결한 모습.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역사는 단순히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닌 유사한 교통수단 혹은 철도와 전혀 무관한 서비스까지 연계할 수 있는 곳이다. 이에 코레일유통은 철도역에서 공유자동차를 연결하고,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나 여행 플랫폼 야놀자 등과 협업해 철도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코레일유통의 대내외 혁신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매출액 5992억원으로 전년대비 20.8% 성장을 거뒀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 이전 최고 매출액(2019년 5684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코레일유통은 2023년 발표한 전년도 경영평가에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가운데 최고등급(A등급)과 함께 2023년 공공기관 혁신부문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 지역 특색 살린 철도역사 강조,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출

김영태 대표는 지역사회와의 화합을 모색해 왔다. 순천, 강릉, 원주 등 국내 기차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찾았다. 지역 관광 형태에 맞는 부가서비스나 공간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순천시의 경우 철도역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자동차(쏘카) 서비스를 연결했다. 20~30대 기차여행객이 늘고 있는 강릉역에는 지역 청년창업가들의 물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판로를 지원하는 한편 청춘여행지 강릉의 특색을 살려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MaaS 플랫폼 '슈퍼무브'와 철도 모빌리티 서비스 연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MaaS 플랫폼 '슈퍼무브'와 철도 모빌리티 서비스 연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코레일유통 제공)

전국 철도역 맛집을 소개하는 '오렌지 로드' 발행도 눈길을 끈다. '오렌지 로드'는 코레일유통 주니어보드에서 기획 및 제작하는 '철도역 맛집 지도'다.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함께 철도역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지역 및 소상공인과의 화합은 코레일유통이 기차역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철도역에서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공간 창출의 방향이다.

◇ 17년 연속 노사 무분규, 지역사회 '상생' 강조

김영태 대표는 기업 활동에서 화합을 강조한다. 내부적으로는 노사의 화합, 대외적으로는 지역사회와 소상공인 등 타 기업과의 상생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4월 노사 상생화합 실천 선언식을 개최했다. 선언식은 2023년 17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 달성을 기념하고, 미래 세대인 청년사원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노사 대표간 지속적인 화합을 다짐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대표는 "오랜 무분규 기간을 기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직원들이 앞장서 평화로운 노사관계 확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유통은 전국단위 본부와 지점을 가진 이점을 살려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유통의 각 지역본부는 관할 지자체와 협력해 취약계층 지원 등의 기부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몫을 다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역사회공헌 인정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소상공인 상생 '앞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수상

코레일유통이 철도역에서 운영하는 지역 특산품 매장이나 중소기업 명품마루, 청년창업 매장 등은 소위 말하는 매출 대박을 바라는 곳이 아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을 소개하고, 소상공인들이 기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코레일유통은 광고사업을 하면서도 공익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철도역 내 광고매체를 통해 국민안전과 관련한 공익영상을 정기적으로 표출하거나 벤처기업을 소개하는 광고물을 무상으로 게재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난해 11월 동반성장 유공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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