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신한은행 셀장,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 통해 금윰생태계 변화할 것"

[금융경제신문=최진승 기자] 우리나라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절반 가량을 신용카드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는 체크카드, 간편결제, 현금결제 등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계좌이체도 활용된다. 실생활에서 현금 결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급결제는 다음 날 오전 청산이 이뤄진다.

인터넷 이체 및 송금, 카드결제 등의 소액 결제시스템은 금융결제원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전자금융 공동망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전자금융 공동망을 이용해 결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결제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부 셀장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의 의미와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경제신문)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부 셀장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의 의미와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경제신문)

17일 오픈블록체인·DID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부 셀장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의 의미와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 지급결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CBDC 도입에 따른 서비스 경쟁력에 대해 살폈다.

지금처럼 결제 규모와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통화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한국은행 입장에서 사회적 리스크로 여겨질 수 있다. 김병희 셀장은 "2022년 기준 전자금융 공동망을 이용한 결제 규모는 일 80조원으로 하루 2000만 건의 결제가 발생하고 있고 그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이 CBDC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유동성 리스크는 다음 날 청산이 이뤄지는 지급결제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금융회사 한 곳이 파산할 경우 파산 당일 발생한 청산되지 못한 비용은 다음 날 다른 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2013년 주문실수로 460억여원의 손실을 내고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의 비용을 다음날 대신 결제해주고 돈을 못받고 있다가 9년 만인 지난해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파산 위험에 대비해 정부는 금융회사들이 전자금융 공동망을 이용할 때 미리 담보를 납입하도록 하고 있다. 담보는 일종의 준비금 역할을 한다. 앞서 한국거래소도 담보로 마련한 '손해배상공동기금'의 일부로 미납 결제대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결제 규모와 함께 담보 납입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결제 유동성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실시간 소액 결제가 가능해져야 하고 그 해법으로 CBDC 도입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CBDC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CBDC를 활용하면 지급결제에 따른 청산이 지연되던 문제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체크카드나 계좌이체와 같은 현금성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김병희 셀장은 "현재 타행 이체의 경우 중간에 청산 기관을 통해 이체가 되는데 만약 CBDC가 발행되고 예금토큰을 활용할 경우 타행 이체시 즉각적인 청산이 이뤄지는 구조로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토큰은 CBDC 하에서 개별 금융기관 내부에서 사용되는 토큰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 고객이 케이뱅크 고객에게 1000원을 보낸다면 1000원에 해당하는 신한 예금토큰이 소각되고 소각된 만큼 케이뱅크 고객의 예금토큰이 새로 생성되는 식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현재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소비자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가맹점주 통장에 이르기까지 약 3일이 소요된다. 이 돈은 3일 동안 카드사 내지 각종 청산 기관을 거친다. 하지만 CBDC가 도입되면 거래당사자 간 현금을 주고받듯이 현장에서 결제가 끝난다. 거래당사자들은 모바일 기기나 IC카드에 마련된 디지털 월렛(지갑)을 활용해 P2P 방식으로 상대방 월렛에 원하는 금액을 곧바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CBDC는 새로운 비즈니즈의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화폐의 특징은 스마트컨트랙트(계약)를 통해 특정 목적에만 쓰이도록 돈을 묶어둘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정부 지원금과 기업에 대한 보조금 시장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보조금이나 은행의 ESG 대출 등 특정 목적에 활용되는 금융상품의 기획이 가능해진다.

기업대출의 경우 향후 대출 목적에 대한 사후 심사도 불필요해진다. 이는 특정 조건에서만 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송금 시 특정 조건을 붙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 전자금융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금융기관들도 CBDC 도입을 새로운 기회로 엿보고 있다. 기존 카드사나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도 자금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병희 셀장은 "은행은 기반 고객수와 자산의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수익을 볼 수 있다"라며 "CBDC가 도입되면 은행의 물통(돈통) 자체를 넓히는 기회가 되면서도 들어오는 물의 수량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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