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통위 회의 열고 기준금리 연 0.50% 유지 결정
자산시장 과열 및 실효하한 고려한 것으로 보여
올해 성장률 전망은 '마이너스폭' 더 커질 것으로 예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연 0.50% 수준을 유지한다. 이미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인 만큼 추가적인 인하보다는 연내 금리를 동결하면서 거시경제 전반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또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히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부동산·주식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몰리면서 부작용을 가져 온 점과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금리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렸고 5월 28일 금통위에서 다시 연 0.75%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0.50%로 인하했는데 이 당시 수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도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채권시장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예상 설문조사를 실시 했는데 조사결과 응답자의 99%는 7월 "기준금리가 변동이 없을 것"이라 답했다.

◆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배경은 무엇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양상이 우려될 만한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금리차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1% 올라 지난해 말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정부의 6·17 대책에도 불구 서울 곳곳에서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실물경제는 아직 회복이 더딘데 코스피(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5일(종가 기준)  2201.88를 기록하면서 이미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이전 수준인 2200선을 회복했다.

특히 부작용이 더 큰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6·17 대책, 7·10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안정화에 힘쓰고 있지만 시중에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이 계속 몰리고 있는 상황으로 저금리 정책이 근본적으로 문제라는 말도 새어나온다. 다만 그렇다 할지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결정 회의 이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지만 코로나19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통화정책을)완화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쏠리지 않게끔 더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인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에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으로 더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실효하한 논쟁이다.

실효하한은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이다. 즉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경기부양 등 긍적적인 효과보다 외국인 자금이탈, 환율 불안, 부동산 버블 등 부작용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실효하한이 어디냐에 따라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시작점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는 연 0.00∼0.25%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다. 만약 한은이 0.25%포인트 추가인하를 단행한다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사실상 없어지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미 한은의 금리 추가인하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 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0.2% 하회할 것" ... 기존 5월 전망치보다 낮게 예상

이날 한은은 통화정책결정문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에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면서 경제 성장률을 -0.2%로 예상했는데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질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5월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전망(경제성장률 -0.2%)은 전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도달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졌다"면서 "기본 (전망치는) -0.2%이고,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성장률이 소폭의 플러스로 볼 수 있고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마이너스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당시 이주열 총재의 발언을 기초로 해석하자면 비관적인 시그널이 더해졌다는 것인데 한은은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민간소비가 경제활동 제약 완화, 정부 지원책 등에 힘입어 반등했으나 수출 감소세와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면서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고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모든 기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이례적으로 올해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4일 '7월 경제 브리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 2분기 중 소비지표가 상당히 개선돼 2분기 GDP 감소폭이 기존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20년 한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1%로 상향조정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전 세계 각국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며 코로나19 재확산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더라도 올해 상반기와 같은 경제 충격이 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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