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박일규 기자] 2016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추공 작가의 ‘나 혼자만 레벨업’ 이후 국내에는 소위 ‘나 혼자’ 열풍이 불었다. 마치 일본 라이트노벨, 만화 등에서 ‘이세계물’이 주류를 이루게 됐듯, 국내 대중매체의 판도가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 ‘성진우’ 처럼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인생에서 특별한 계기를 기점으로 성장하게 되는 스토리가 주를 이루게 됐다.

주인공 성진우가 살아가는 현대의 서울에는 10년 전부터 ‘게이트’라는 던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생겨나게 됐고 그 던전의 마수들은 인간이 가진 일반적인 무기로는 상처도 낼 수 없는 생명체들이었다. 하지만 인간들 중 일부는 어느 날 ‘각성’이란 것을 하게 돼 ‘헌터’로 던전을 공략하게 된다. 이 헌터들은 마력을 지니고 있어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으며, 헌터의 등급에 따라 S·A·B·C·D·E 등으로 분류하게 된다.

작품속에선 한 번 받은 등급은 어떤 노력을 해도 상위 등급이 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 중 E등급은 최약체 헌터로 주인공 성진우가 부여 받았던 등급이었다.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며 성진우는 던전을 공략한다.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성진우는 우연한 계기로 노력 여하에 따라 강해 질 수 있는 레벨업 시스템을 얻게 되고 점차 강해지게 된다.

절대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현실에서 우연한 기회를 얻은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스토리는 어쩌면 중산층 이하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남성판 신데렐라와도 같은 스토리일 것이다. 버블경제 이후 현실을 모두 부정하고 싶은 일본의 이세계물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나 혼자만 레벨업도 우리네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 게임으로도 출시된다. 게임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고 나아가 그 캐릭터를 자신에게 투영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강해지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이트를 공략하는 싱글 플레이 액션 RPG로 이용자가 주인공이 돼 세계관 내 유일하게 레벨 업을 하는 존재가 된다. 이후 강한 헌터로 성장하고 그림자 군주로 각성하는 등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경험할 수 있다.

게임에서 내 캐릭터가 강해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스토리 내 주인공 역시 강해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성장을 의미한다. 여타 MMO RPG 역시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레벨업과 성장에 암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도박이다.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라곤 하지만 도박을 하는 대부분은 재미가 아닌 일확천금을 꿈꾼다. 근래 MMO RPG는 도박 혹은 뽑기의 요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헤비과금을 요하는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노력을 통한 레벨업, 성장이 아닌 노력 없이 낮은 확률로 거대한 변신을 꿈꾼다. 스토리를 즐기고 조작감과 그래픽을 즐기며 성장에 환호했던 게임의 본질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게임 같은 스토리를 게임으로 만든 가장 게임이다. 스토리가 그러하고 주인공의 마음이 그러하듯 레벨업을 통해 강해지고 성취감을 얻는 그런 게임 같은 게임으로 나와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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