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합의안 두고 갈등 격화 … 집행부 총사퇴 걸고 투표해 찬성 다수 나와
한화생명 양보 결국 받아낸 … 상존하는 사업가형 지점장 논란 완전 자유로울 수 없어

사진설명 - 한화생명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이 다수로 나오면서 한화생명이 제판분리 추진에 날개를 달게 됐다. 그러나 당장 수익성을 생각하기는 이르고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설명 - 한화생명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이 다수로 나오면서 한화생명이 제판분리 추진에 날개를 달게 됐다. 그러나 당장 수익성을 생각하기는 이르고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한화생명 사측이 판매전문회사(자회사형 GA)에 영업직군 전원을 옮기기로 일방적으로 정하면서 터진 제판분리 갈등이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한지 4일(2영업일)만에 전격 합의됐다.

다만 한화생명 노조원 일부는 지도부가 가져온 잠정합의문을 두고 반대 기조를 명확히 두면서 결국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여기서 찬성이 더 많은 걸로 나와 한화생명이 목적대로 제판분리에도 청신호가 커지며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잠정합의안 두고 갈등 격화 … 집행부 총사퇴 걸고 투표해 찬성 다수 나와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노조가 지난 3일 노조집행부 총사퇴를 내걸고 진행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결과 찬성 63%, 반대 37%로 가결되면서 사실상 한화생명의 판매전문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달 29일 한화생명 노조 설립이후 처음 총파업을 결의한 한화생명 노조는 연차를 이용한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이 각 부서장들을 시켜 이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끝내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신 사측은 노조 측과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시도했고 노조 측도 대화로 타협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다보니 1일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고 2일엔 파업을 접고 현업에 복귀했다.

한화생명과 노조 측이 잠정합의안으로 타결한 내용은 노조 집행부가 주장한 ▲고용안정협약 5년 ▲재취업 약정 ▲승진보상 ▲잡마케팅을 통해 자회사 전출을 하지 않는 경우 본사 내 타부서로 전보 ▲지점장 정규직 보장 등 사실상 노조가 강조했던 부분이 합의됐다.

지난 1월 노사 TF를 통해 3주간 진행했던 합의 내용보다 총파업 후 2영업일 간에 진행한 협상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잠정합의안을 가져온 것 자체에 불만을 갖는 노조원들이 많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노조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본사직원에서 자회사 직원으로 격하되는 직원들 입장에선 잠정합의안 자체가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 때문에 노조원들은 한화생명이 설립하는 자회사를 아예 설립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노조 집행부에서도 지도부 총사퇴를 걸고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됐다. 대신 찬성이 다수로 나올 경우 현재 안대로 진행하고 부결 시 잠정합의안은 이대로 파기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3일 오후 6시까지 진행 된 투표에서 총 선거인수 986명, 투표인원수는 862명, 투표율은 87.4%로 거의 전원이 투표한 결과 찬성 543명, 반대 319명으로 잠정합의안이 통과됐다.

◇ 노조와 합의한 한화생명 설립 박차 … 영업환경 악화 단기수익 올리는 건 글쎄?

사측도 이 날 투표결과를 낙담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끝끝내 잠정합의문이라고만 말할 뿐 합의문이라는 말을 아꼈다. 다만 노조 측도 끝내 사측이 설립하겠다는 자회사 설립을 저지할 마땅한 방안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면서 찬성표로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측은 노조 측이 주장했던 고용안정 보장 뿐 아니라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전환하지 않고 정규직 지점장 신분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수월한 협상이 이뤄졌다. 동시에 신설법인 직원 처우 개선은 앞으로 별도 협의체를 통해 세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도 가닥을 잡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합의문에 알파를 더하면서 어렵게 노조를 설득한 한화생명은 오는 4월 1일 신설 법인 설립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번 한화생명의 판매전문회사 설립을 지켜보는 타 보험사들도 한화생명 행보를 따라할 수 있는 선례가 되고 있기도 하다.

당장은 한화생명이 판매전문회사 도입으로 단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기존 전속설계사 조직들이 현재 영업망을 포기하고 타사 상품을 팔기는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판매가 지지부진할 때 손보사 상품을 팔면서 빈 공간을 메꾸는 기능은 충실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시장에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나 결국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 수익악화되는 생명보험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는 점에서 자칫 늘어나는 비용은 오히려 악재로 비춰질 수도 있다. 결국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전환이 언제든 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위험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있다. 지금은 노조와 합의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았으나 자회사와 모회사의 경계가 희미해질수록 이 부분에 대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시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 사업가형 지점장이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일찍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전환이 이뤄진 미래에셋생명은 노조 반발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넘어가는 점에서 비교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에 한화생명 측은 “노사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영업선진화와 함께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근무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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