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기준 모호해 "세수 확보 위한 악법" 주장 나와
국민청원서 '양도소득세법 폐기" 주장 ... 21만명 참여
여권서도 "가족 합산 비합리적" ... 수정 가닥

지난 7월 발표된 기재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대주주 요건 완화가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으며 비판에 직면하자 기준을 변경하거나 유예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발표된 기재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대주주 요건 완화가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으며 비판에 직면하자 기준을 변경하거나 유예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3억 대주주’ 요건 때문이다.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주주 요건을 완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기준 변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하면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 세제 개선의 일환으로,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2000만원 비과세를 5000만원 비과세로 상향 조정하고,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도소득세 부과 범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안이 수정됐다. 이에 ‘동학개미’가 세법개정안에 담긴 ‘대주주 요건 완화’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기준 수정 요구가 빗발쳤다.

기재부 안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이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한 종목 당 보유액이 종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3억 한도는 유지하되, 가족 기준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발언했으나 여전히 3억원 한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의 반발은 거세다.

기존 10억원 한도는 직계가족(배우자, 조부모, 자녀, 손자) 등만 포함했으나 개정안은 직계존비속(당사자,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자녀, 친손자, 외손자 등)의 3억원 한도로 범위가 확대된다. 과세 범위가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처럼 대주주 요건 완화와 함께 양도소득세가 20~33%(지방세 포함)까지 부과되면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12~1월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른바 ‘대주주 회피 물량’으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 정산 시점인 12월 30일 전까지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도 대주주 요건 완화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25일 “12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대주주 요건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까지 포함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입장을 냈다.

‘동학개미’들은 이같은 대주주 요건 완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 참여인원은 21만6844명으로, 장관 및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1만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해 대주주 요건 완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투자자들은 3억원으로는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 구하기도 어렵다며, 사실상 대주주 요건 완화가 자본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주장도 제기한다. 대주주 요건 완화가 추가 자본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환경 가속화와 부동산 규제로 인한 증시 유동성이 양도소득세 범위 확대로 세금이 크게 부과되면 유동성이 추가로 유입될 동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권도 ‘동학개미’의 비판에 직면하자 대주주 요건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김병욱 정무위원회 간사는 지난 29일 대주주 범위 확대는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4일 “동학개미들의 비판을 알고 있다”며 당정 협의를 거쳐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주주 기준 3억원, 가족 합산은 비합리적”이라며 입장을 냈다.

홍남기 부총리의 ‘동학개미 달래기’에도 투자자들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지난 8일 기준 8만명 이상의 청원자가 서명했다. 청원인은 “대주주 3억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립니다”라며 3억 대주주 요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의 집중포화로 인해 요건이 수정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이 ‘직계존비속 단위 과세’의 비합리성을 지적하고 나섰고, 금융위원회도 기획재정부에 주식보유액 기준 하향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여권, 개인투자자 모두 대주주 요건 완화 반대와 유예를 외치고 있어 기준이 얼마나 수정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 잔고 하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연말 대주주 요건 완화가 신용공여 잔고의 추가 상승을 억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요건이 완화되면 시장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12월 대주주 회피용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면 특정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악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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