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권리는 물건에 대한 권리와 사람에게 일정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나눌 수 있다. 전자를 물권, 후자를 채권이라고 한다.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것이고, 어떤 물건을 담보로 잡고 있으면 그 물건에 대한 담보물권이 있는 것이다. 저당권이 일종의 담보물권이다.

한편,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물건을 산 사람은 판 사람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물건을 이전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매매계약에 따른 채권이다. 임대차계약은 돈을 내고 물건을 빌리는 약속이므로, 물건을 빌리기로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돈을 내고 물건을 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를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권리, 즉 임차권이라 하고 역시 채권의 일종이다.

매매계약을 통한 권리나 임대차계약을 통한 권리도 물건을 사거나 빌리는 권리이므로 물건에 대한 권리가 아닌지, 그러므로 물권이 아닌지 혼동될 수 있다. 그런데 민법은 물권으로 점유권, 소유권, 유치권, 질권, 저당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8가지만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권리는 채권이라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다. 이 중 유치권, 질권, 저당권은 다른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물권이라서 담보물권이라고 하고,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은 부동산을 이용하기 위한 물권이라서 용익물권이라고 한다. 참고로 전세권은 용익물권이지만 담보물권의 기능도 일부 가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얘기하겠다.

물권과 채권의 가장 큰 차이는, 물권은 물건에 대한 권리이므로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채권은 사람에 대한 권리이므로 행위 의무를 부담하는 특정 사람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핸드폰은 누구에게나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친구로부터 핸드폰을 하루 빌리기로 약속했다고 해서, 친구 아내에게 무턱대고 남편의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물권은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누구라도 그 물건에 대한 권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물건에 대한 권리자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을 공시제도라고 하는데, 부동산의 경우 등기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채권은 특정인에 대한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이를 공시할 필요가 없다.

전세권은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런데 돈을 주고 집을 빌리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이와 유사하게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임차권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권은 물권으로서 등기를 통해 공시된다는 점에서, 채권이라서 별도로 공시가 되지 않는 임차권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집주인이 바뀌게 된다면, 전세권자는 새로운 주인에게도 자신의 전세권을 주장할 수 있으나, 임차권자(임차인)는 새로운 집주인에게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새로운 집주인 입장에서 볼 때, 전세권자는 등기를 통해 확인되므로 예측이 가능하지만, 임차권자는 원칙적으로 등기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차권자의 권리를 강요하는 것은 불측의 피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임차인이 입은 피해는 임대차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임대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전세권은 전세금을 지급하여야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데, 전세금으로 적지 않은 돈이 지급된다. 법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전세권자가 경매로 집을 팔아 전세권자보다 나중에 들어온 담보권자들(주로 저당권을 가진 자들이다)보다 우선하여 경매대금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전세금 확보를 위해 경매로 집을 팔 수 있는 권리를 경매신청권이라 하고, 나중에 들어온 저당권자들보다 경매대금을 우선하여 전세금에 충당할 수 있는 권리를 우선변제권이라 한다. 이것이, 앞서 잠깐 얘기했던, 전세권이 담보물권의 기능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집을 담보로 전세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도 전세금과 유사하게 적지 않은 보증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임차권만으로는 집에 대한 경매신청권이나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임차권은 채권으로서 사람에 대한 권리이므로 물건에 직접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채권의 속성상 적절하지 않고, 임차권에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면 공시가 되지 않아 다른 담보권자들에게 불측의 피해를 줄 수 있다.

결국 물권인 전세권이 공시제도와 맞물려 채권인 임차권보다 좀 더 강력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전세를 구할 때, 임대차계약만 체결하는 것보다는 전세권등기를 취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집주인이 자기 집에 전세권등기가 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민법은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도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등기가 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대한 임차권은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이라는 목적을 위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취지로 도입된 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고, 이에 따라 주택임대차는 전세권에 준하여 보호가 된다.

우선 전세권에 준하는 보호를 위한 전제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나름의 공시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것이 주택에 대한 ‘인도’와 ‘전입신고’이다. 즉, 임차인이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마치면, 임차인이 그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공시가 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치면 ‘대항력’이라는 것을 부여하여 새로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임차권으로 대항할 수 권리를 인정한다.

그리고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도 인정한다. 확정일자는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발급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확정일자부가 작성되면, 담보권리자와 순위를 정함에 있어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권등기와 같은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담보권자들에게 불측의 피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주택 임대차계약 신고 제도를 도입하여 임대차계약 신고를 의무화하고, 그에 따라 확정일자를 받도록 함으로써 주택 임차권에 사실상 우선변제권을 부여하였다.

결과적으로 전세권과 임차권은 물권과 채권으로서 원칙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나, 주택 임차권의 경우 물권에 준하는 보호를 하고 있어 전세권과의 차이가 많이 좁혀져 있다.

참고로 상가 임차권에 대해서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인도’와 ‘사업자등록증’을 요건으로 ‘대항력’을 부여하는 등으로 물권에 준하는 보호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법적 의미의 ‘전세’인 전세권과 ‘채권적 전세’인 임차권을 구별하고, 전세금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와 원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임차권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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