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작년 겨울, 이른바 ‘빌라왕’이 언론을 한창 뜨겁게 달구었다. 최근에는 관련자들이 검거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지만, 집을 전세 또는 월세로 빌리거나 상가를 빌리는 일은 흔해 빌라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앞으로도 끊이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의 법무법인에도 꼭 전세사기를 당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이를 우려하여 미리 상담을 받는 의뢰인들이 적지 않다.

일단 전세사기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라 조금만 관심을 갖더라도 전세제도에 대한 영상이나 글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는 좀더 전문적인 정보제공의 일환으로 몇 차례에 걸쳐 전세제도의 법적 면모인 임대차계약을 낱낱이 파헤치고자 한다.

우선 임대차계약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살펴보겠다.

요즘은 책 대여점이라는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끔 만화방이 보이지만, 대여를 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책 대여점이라고 해서,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권당 얼마간의 대여료를 내고 2~3일 동안 빌려볼 수 있었다. 책을 살 돈이 없거나 굳이 소장하고 싶지 않을 때, 적은 돈으로 책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책 대여점은 돈이 많지 않은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이용했던 것 같다.

법은 ‘돈을 내고 물건을 빌리기로 하는 약속’을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즉, 책 대여점에서 대여료를 주고 책을 빌리는 행위는 법적으로 임대차계약인 것이다. 책을 빌리는 학생들은 ‘임차인’이고 책을 빌려주는 사장은 ‘임대인’이다. 그리고 책 대여료는 ‘임대료’ 또는 ‘차임’이 된다. 학생이 책을 골라 사장에게 대여료를 내는 것에는 ‘대여료를 내고 책을 빌린 후 대여기간 내에 책을 반납하겠다’는 약속, 즉 ‘임대차계약’이 녹아 있는 것이다. 해변가에서 돈을 주고 튜브를 빌리거나 파라솔을 빌리는 것, 휴양지에서 돈을 내고 일시적으로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 돈을 내고 자전거나 퀵보드를 잠시 빌리는 것은 모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사례들이다.

마찬가지로 돈을 주고 집을 빌리는 행위도 임대차계약이다. 집을 빌리는 세입자는 ‘임차인’, 집을 빌려주는 집주인은 ‘임대인’이 된다. 그리고 집세는 ‘임대료’ 또는 ‘차임’이 된다. 우리는 집을 빌리는 것을 흔히 전세라고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전세’가 되기 위해서는 집을 빌린 사람이 ‘전세권등기’를 취득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흔히 전세라고 하는 것은 법률상 임대차계약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부동산중개사무실에서 전세를 알아보고 계약을 하더라도, 계약서에는 ‘부동산임대차계약서’라고 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세(이를 법적인 의미의 ‘전세’와 구별하기 위해 ‘채권적 전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와 법적인 의미에서 ‘전세’의 구별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전세라고 하면 임대차계약인 채권적 전세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전세도 책 대여와 비슷한 취지가 있다. 집을 살 돈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거주할 일이 생겨 집을 살 필요가 없을 경우 적은 돈만 내고 집을 빌리는 것이다. 한편, 책 대여점은 책을 돌려받을 때 분실, 훼손 또는 반납연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책 대여점에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책 두어권 값이 넘는 가입비를 내거나 학생증을 보여줬는데, 그것이 나름의 대책이었던 것이다. 반면 집은 분실될 위험은 없지만, 훼손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집세를 제때 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집주인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세입자들로부터 전세보증금(간단히 전세금), 즉 ‘임대차보증금’을 받는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돌려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학생들이 책 대여점을 탈퇴하면서 사장에게 가입비를 돌려받지 못했다면 빌렸던 책을 가지거나 중고서점에 팔아 돌려받지 못한 가입비에 충당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임대차계약만으로는 집을 통째로 가지거나 팔아버릴 수는 없다.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별도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전세금을 돌려받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각자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임대차계약’, ‘임대인’, ‘임차인’, ‘임대료 또는 차임’, ‘임대차보증금’의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채권적 전세’와 법적인 ‘전세’를 구별하고, 전세금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와 원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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