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 설정하면 담보채권자 되어 우선변제권 확보
임차인의 경우 대항력과 확정일자 갖춘 다음 날 0시 '우선변제권' 발생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갑’이라는 사람이 ‘을’에게서 5000만원, ‘병’에게서 1억원을 순차적으로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갑’이 가진 재산이 시가 1억2000만원의 집 한 채뿐인데, ‘을’이 ‘갑’이 돈을 안 갚는다고 그의 집을 경매에 넘겼고 ‘병’도 경매절차에서 돈을 받으려고 한다. 이때, ‘을’과 ‘병’은 각자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을’이 돈을 먼저 빌려주었고 경매도 신청한 사람이니까 5000만원을 다 받을 수 있을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을’은 4000만원, ‘병’ 8000만원을 받게 된다. 일반적인 채권자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우열이 없다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이 적용된 결과, 각자가 가진 채권의 비율에 따라 나누어 받게 되는 것이다.

한편, ‘병’이 1억원을 빌려줄 때 ‘갑’의 집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이때 ‘병’은 일반채권자가 아니라 담보채권자가 된다. ‘갑’의 집에 대하여 저당권이라는 담보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병’은 ‘갑’이 자신에게 돈을 갚을 것을 담보하기 위해 ‘갑’의 집 교환가치를 얻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담보채권자는 담보를 설정한 물건이 경매로 팔리면, 다른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다. 위의 예에서 ‘갑’의 집이 팔리면 그 대가에서 ‘병’은 1억원을 모두 변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담보채권자가 일반채권자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우선변제권이라 한다.

담보권은 물건의 교환가치에 갖는 권리이므로, 이미 담보권이 설정된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교환가치가 남아 있으면 다시 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물건에 여러 개의 담보권을 설정할 수도 있다. 가령 위의 예에서 ‘정’도 ‘갑’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면서 ‘병’ 다음으로 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면, ‘정’은 ‘을’보다 먼저 나머지 2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저당권자 사이의 우열은 권리를 취득한 순서에 따르는데, 저당권은 등기부를 떼어보면 확인할 수가 있다. 앞선 칼럼에서 얘기했듯이, 물권은 등기하여야 하고 등기 순서로 우열이 정해지는데, 저당권도 물권이라서 같은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대항력’을 취득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담보물권자와 같은 우선변제권을 인정해준다.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인 보증금반환채권을 임차한 주택의 교환가치로써 담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대항력’과 ‘확정일자’는 등기부에 기재되어 공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요건을 모두 갖춘 다음 날 0시를 기준으로 권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같은 날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저당권자의 권리가 임차권자보다 우선한다. 즉, 집주인이 돈이 없어 경매로 집이 팔리면 저당권자가 경매대금을 먼저 가져가고 그 다음에 임차권자가 남은 돈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 집의 적정한 가치를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이 보증금을 상회하는 가치가 있고 담보가 없이 깨끗한 상태라면, 임차인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추어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면 보증금 날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을 보호하는 원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빌라왕 사태도 그 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신축빌라에서 주로 일어난 것이다. 불안하다 싶으면 근처 법률전문가를 찾는 것이 답이다.

이번에는 우선변제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에는 임대차계약 중에 문제되는 점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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