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이번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권에 특별히 부여하고 있는 대항력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앞선 칼럼에서, 우리가 흔히 전세라고 부르는 것은 법적으로 임대차계약이라는 점, 이를 통해 취득하는 세입자의 권리인 임차권은 채권에 해당하여 물권인 전세권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권리라는 점,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임차권도 전세권에 준하여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임차권을 전세권에 준해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첫 번째 장치가 ‘대항력’이다. 물권이 채권보다 강력하게 보호되기 위해서 물권의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공시제도라는 것이 결부되어 있고, ‘등기’가 대표적인 공시제도라는 점은 이미 살펴보았다. 전세권이 등기를 통해 권리가 발생하면 누구나 전세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권리보호의 기반이 된다. 전세권자는 등기부 기재상 자신보다 우선하는 권리자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전세권으로 대항할 수 있다. ‘등기’라는 공시제도를 통해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택에 대한 ‘인도’와 ‘전입신고’를 통해 ‘등기’와 같이 임차권을 외부에 ‘공시’하는 효과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한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짐을 옮기고 열쇠를 받아 주택을 ‘인도’ 받으면, 누군가 그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고, ‘전입신고’는 누가 언제부터 그 집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다만 등기부는 기재 선후를 통해 순위를 간단히 판단할 수 있으나, 전입신고 기재와 등기부상 권리자는 하나의 장부에 기재된 것이 아니므로 선후를 따지는 것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생기는 시기는 ‘인도’와 ‘전입신고’를 모두 갖춘 다음 날 0시로 정하고 있다. 등기부에 기재되면 바로 권리가 발생하는 물권과 달리 원칙적으로 채권인 임차권은 물권과의 순위 판단에서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대항력의 발생시기를 조금 뒤로 미룬 것이다.

대항력이 없는 통상의 임차권과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을 비교해 보자면, 통상의 임차권은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면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권리는 계약당사자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즉, 채권이기 때문에 임차권은 원래 계약을 맺은 집주인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차권을 취득하고 새로운 집주인으로 바뀌기 전에 대항력을 취득하면, 세입자는 새로운 집주인에게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이 존재하는 주택을 구매한 집주인은 전 집주인이 가지던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래 집주인과의 임대차계약관계는 온전히 새로운 집주인에게 승계된다. 세입자는 가장 중요한 임대차보증금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집주인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집을 팔고 떠난 종래 집주인보다 현재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새로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대항력’은 임차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새로운 집주인과 사이에서 종종 그 효력 여부가 문제되기도 한다.

우선 ‘대항력’은 등기와 유사하게 공시기능을 하므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하여야 한다. 가령 다가구주택이라 등기부상 세대 구별이 없이 번지만 표시되어 있더라도 건물 외벽에 호수 구별이 있으면 그 구별에 따라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대항력’은 최초 이를 한 번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세입자가 가족과 함께 전입신고하고 살면서 잠시 세입자의 주민등록만 외부에 옮겼다가 돌린 경우 대항력이 문제된 경우가 있었다. 엄격히 보자면 세입자의 주민등록이 계속 유지된 것이 아니므로 주민등록을 외부로 옮겼을 때 대항력이 상실되고, 다시 전입신고를 하였을 때 대항력이 생긴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족의 전입신고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므로 종래 대항력이 계속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 가족의 주민등록이 유지되어 실질적으로 공시기능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항력 유지의 요건을 다소 완화해서 본 것이다.

한편, ‘대항력’은 ‘우선변제권’과 결부되어 실질적으로 주택을 담보로 하여 궁극적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보장하는 수단이 된다. 다음에 ‘우선변제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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